[지자체發 '세무조사 경보'] 화성·용인·구미市도 삼성전자 본사 '동시다발 세무조사' 가능
“아니 어떻게 이런 정책을 사전 설명 한마디 없이 시행하는 겁니까.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모 대기업 재무담당 A임원)

정부가 2013년 지방세제를 개편한 ‘후폭풍’이 다음달 지방법인세를 신고하는 기업에 불어닥치고 있다. 정부가 기존 법인세의 10%를 떼어내 각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던 기존 지방법인세제를 개편해 지방법인세 징수권을 전국 226개 시·군·구에 넘긴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았지만 이 같은 변화를 계기로 각 지자체들이 세무조사 권한까지 갖게 된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 A씨의 항변이다.

◆정부도 간과한 조사권 발동

당초 정부가 지방세제를 큰 폭으로 개편한 것은 지방재정의 독립성 강화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각 지방정부도 자신들이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독립세’ 방식의 개편을 요구해왔다. 중앙정부가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 법인세에 비과세·감면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렇게 삭감된 법인세액이 일정 비율에 따라 지방재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3년 ‘중앙·지방 간 기능 및 재원조정방안’을 마련해 지방세 과세 체계를 바꿨다.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세표준을 국세와 지방세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이번 개편은 (지방정부의) 과세 자주권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는 지자체가 직접 걷는 지방소득세율을 영업이익의 1~2.2%로 정하면서 2017년부터는 지자체가 기존 세율에서 50% 정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재부나 행자부 모두 법인세에 대한 지방정부의 세무조사권이 발동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과세권을 지방정부가 가져가면 당연히 조사권도 포함되는데 2013년 당시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미처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자체 조사인력 속속 증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업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전국 각지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은 “앞으로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를 어떻게 상대하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세청 단일기관에 제출하던 각종 재무관련 서류도 이제 수십, 수백개 지자체에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각 지자체에 서류를 보낸 뒤 그들의 질의에 개별적으로 응대하면서 세무조사까지 받는다면 도저히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지방법인세 납부시한이 4월 말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기업 본사에 대한 지자체의 세무조사는 5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특정 기업이 전국에 100개의 지사, 지점, 사업장 등을 두고 있다면 100개의 지자체 모두가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세무공무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751명, 올해 400명을 포함해 내년까지 총 1500여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30명, 경기도는 117명을 증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처럼 전방위 세무조사 가능성에 노출되면서 과세당국도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세무조사를 인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