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가통계국이 20일 지난해 중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7.3%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직후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추정치(7.2%)보다 소폭 높은 데다 일부 비관론자들이 지난해 10월, 11월 지표 부진을 근거로 4분기 성장률이 6%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걸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연 성장률을 기준으로 장기간 추세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약 30년간 연평균 10% 전후를 유지해오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2년부터 급속히 둔화돼 지난해 7.4%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늪에 빠진 글로벌경제] 中 성장률 6%대 추락 우려…세계경제 올해도 미국 '단발엔진' 저공비행
올해는 7%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올해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 부진이 성장 발목

중국 경제는 2007년에 고도성장기의 정점을 찍고 2008년부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까지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단행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규모 부양책의 효과가 사라지고 부동산 시장까지 하락세로 돌아서자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실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2011년까지만 해도 20~30%대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10.5%로 쪼그라들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2012년까지 20%대를 꾸준히 유지했는데 작년에는 15.7%로 줄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투자 부진을 소비 활성화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소매판매 증가율은 12.0%로 2013년(13.1%)보다 소폭 둔화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도 높게 진행한 부패척결 정책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자산효과’ 때문이란 분석이다.

○“추가 부양책 없으면 6%대 성장”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는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7.0~7.3% 정도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성장률 둔화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성장률을 중시한 건 민생 안정에 직결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었는데, 노동집약 산업인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7%대 성장세만 유지해도 신규 일자리 창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이 작년 11월 2년여 만에 대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중국 지도부 역시 최근의 성장세 둔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징표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강도 높은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 한 올해 중국 경제가 7%대 성장세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등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8%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객관적인 여건이나 중국 정부의 의지를 감안하면 올해 중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을 연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주요 산업 중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학 철강 조선 등은 올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