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2009~2013년)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공기업 퇴직자 144명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30개 공기업만 대상으로 파악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관련 숫자를 내놓지 않아 조사에서 빠졌다. ‘공피아(공공기관 임직원+마피아)’의 폐해가 ‘관피아(관료+마피아)’ 못지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기업 출자회사는 '公피아' 재취업 창구
○전문성 없어도 출자회사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퇴직 후 출자회사로 옮겨간 공기업 임직원 숫자는 2009년 22명에서 2010~2012년에 연간 28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8명까지 뛰었다.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2009년 1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서 ‘출자회사를 모기업 퇴직직원의 자리 보전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만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았지만 공기업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관별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근 5년간 공기업 중 가장 많은 50명을 출자회사에 내려보냈다. 산하 민자역사를 비롯해 코레일유통, 코레일로지스, 코레일관광개발 등 거의 모든 출자회사가 대상이었다. 한국남동발전은 44명으로 뒤를 이었다.

‘모기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린다’는 측면도 있지만 전문성과 무관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예산정책처 조사 결과 인천공항공사는 공항관리를 하던 퇴직자를 열병합발전소인 인천종합에너지에 보냈고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아라뱃길을 관리하는 워터웨이플러스로 보낸 퇴직자 일부는 홍보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유성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이런 경우 공기업이 출자회사를 재취업 창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출자회사가 모회사 퇴직자를 고위직에 임명할 경우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시하도록 했지만 일부 공기업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은 출자회사뿐 아니라 대출해준 회사에까지 손을 벌린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STX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우조선해양그룹, 동부그룹, 동양그룹에 40명(중복포함)의 임직원을 내보낸 것. 지난해 산은에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끼친 STX그룹에만 13명을 보냈다.

○출자회사 관리도 엉망

이런 가운데 출자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는 등 공기업의 출자회사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조폐공사가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 설립한 GKD는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 기간 누적적자가 107억원에 달한다.

대한석탄공사가 몽골 훗고르탄광 개발을 위해 세운 한몽에너지개발도 설립 후 3년간(2011~2013년) 22억87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광물자원공사가 광물가공 사업을 하겠다며 세운 에너켐, 한국알루미나, 세아M&S는 지난해 모두 적자였다. 철도공사는 경영 개선을 위해 14개역 13개 민자역사에 모두 557억5900만원을 쏟아부었지만 이 중 부평역사 등 6개 역사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출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과 임대주택 운영을 나눠맡고 있어 모자회사 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용석/조진형/김재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