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중소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비용을 최대 10억원까지 빌려주기로 했다. 부당 단가 인하 등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원사업자(하도급을 준 기업)를 상대로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 달라’는 소송을 적극 제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중소기업에 ‘일시적 경영애로 자금’ 지원 명목으로 최대 10억원 한도에서 소송비와 소송기간 중 원자재 구입비, 인건비 등 기업 운영비를 대출해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을 통해서다.

대출금리는 연 4% 내외이며 대출기간은 최대 5년, 원리금은 2년 거치 후 3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에는 아예 은행 대출을 못 받거나 대출받더라도 금리가 연 10%가 넘는 곳이 많다”며 “연 4% 내외면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중소기업에 공정위 조사 자료를 지원하고 공정거래조정원 소속 변호인단 등을 통해 소송 자문도 할 계획이다.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증거 확보를 돕고 소송 요건 충족 여부와 승소 가능성 등에 대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올해 국회에서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확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당초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만 적용했지만 하도급법 개정으로 지난달 29일부터 부당 단가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으로까지 확대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