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3차원) 프린터로 값 싸게 자동차 부품을 찍어낼 수 있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1986년 출원된 금속 3D 프린터 기술 특허가 내년 2월 풀리기 때문이다. 2009년 플라스틱 중심의 융합적층(FDM) 방식 특허에 이어 금속 분야가 풀리면 자동차 항공 선박 의료 등 제조업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각국이 예산을 투입해 3D 프린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1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내년 2월 미국 3D 시스템스가 갖고 있는 선택적 레이저 소결(SLS) 방식 3D 프린터 기술의 특허 기간이 끝난다.

SLS는 가루 형태의 재료를 층층이 쌓은 뒤 레이저로 소결(열이 가해진 분말이 결합·응고하는 현상)하는 방식이다. 전기열로 녹인 원료를 직접 분사해 굳히는 FDM 방식으로는 온도가 낮아 금속을 녹이기 어렵지만 SLS 방식은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정확하게 금속을 가공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3D 프린터로 플라스틱이 원료인 인형 장난감 시제품 등을 생산하는 수준에 머무는 등 산업 영향이 미미했지만 금속 프린터에 대한 특허가 풀려 기업들이 경쟁에 나서면 수년 내에 자동차와 항공기 선박 부품 등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LS 특허가 풀리면 현재 수억원을 호가하는 금속 프린터의 가격이 수천만원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금속 가공에 주로 쓰이는 CNC(재료를 깎아내는 방식) 기계의 가격(3000만~2억원)보다 싸거나 비슷해진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제품 생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3D 프린터 생산업체 에이팀의 케빈 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격 장벽만 낮아진다면 CNC 기계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 SLS 방식 3D 프린터를 적용해 금속 부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종/남윤선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