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공약 가계부] '세출 다이어트' 84조…SOC 삭감 정치권 반발
정부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4조8000억원 중 62%에 달하는 84조1000억원을 세출 절감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매년 적정치(22조원가량) 대비 1조7000억~3조7000억원씩 5년간 11조6000억원을 줄이는 등 강력한 ‘지출 다이어트’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공약가계부를 보면 총 84조1000억원의 세출 삭감 목표 중 90%에 달하는 75조6000억원이 정부가 재량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 분야다. 법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 분야 삭감액은 3조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5조5000억원은 이차보전 확대를 통해 아끼기로 했다. 이차보전은 재정사업을 민간융자 사업으로 바꾸는 대신 정부가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를 예산으로 메워주는 방식이다.

75조6000억원의 재량지출 절감액 중 40조8000억원은 국정과제 분야의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다. 예컨대 대선 공약에 따라 201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을 맞춰야 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은여러 R&D 사업중 덜 중요한 사업 예산을 깎아 재원 일부를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절감한 돈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다시 R&D 분야에 재투자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공약가계부에서 40조8000억원에 대한 세출 절감 계획을 ‘국정과제 재투자’라는 항목으로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제외한 순수 재량지출 삭감액은 34조8000억원이다. 분야별로는 복지가 1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이 중 순수 복지분야 삭감액은 3조원뿐이다. 나머지 9조5000억원은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을 축소하고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행복주택을 짓는 데 쓰기로 한 것일 뿐이다.

실제 예산 삭감이 가장 큰 분야는 SOC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25조원인 SOC 예산이 2017년에는 18조원가량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신규 사업을 아예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지만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지방 SOC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산업분야에서도 4조3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때 전기를 아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전력부하관리지원금(지난해 지원금 4046억원)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시간제 강제절전 방식 등으로 전환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