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 "지하경제 줄여라"…연매출 3억이상 고소득 자영업자 '정조준'
[대통령 업무보고] "지하경제 줄여라"…연매출 3억이상 고소득 자영업자 '정조준'
청와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갖고 있는 각종 과세 관련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정보를 국세청에 넘겨주는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부처 간 정보 공유를 요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기획재정부의 청와대 업무보고가 끝난 뒤 “(지하경제 양성화 수단으로) 전부 FIU의 금융정보 공유만 얘기하는데 금감원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내역이나 공정위가 가진 대주주 거래 내역도 기관들이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조 수석은 공정위의 대주주 거래 내역과 관련, “최근에 물량 몰아주기 같은 문제가 많다”며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대주주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내부거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를 공정위가 하고 있는데 이런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세청과 관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보유 중인 소득 파악 자료를 다른 기관과 적극 공유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세제를 담당하는 재정부와 세정을 담당하는 국세청과 관세청 간 인사 교류도 협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해 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강력한 부처 간 정보 공유와 협업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박 대통령 임기 5년간 복지 공약 확대에 필요한 135조원 중 28조5000억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내역 등은 이미 금감원 공시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기 때문에 국세청과의 정보 공유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조사 목적으로 얻은 비공개 정보를 다른 기관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사 중 취득한 정보나 자료에 대해선 비밀 엄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위 조사 자료가 공식적으로 국세청에 제공될 경우 기업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조사 자료 중에는 기업의 경영계획이나 사업계획도 있다”며 “이런 자료를 공유한다고 하면 기업들이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재정부와 국세청, 관세청은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 현금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와 고소득 전문직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금 추징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기준을 30만원 이상 거래에서 10만원 이상 거래로 확대하고 현재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에서 제외된 귀금속 매장, 웨딩 관련업, 이삿집 센터 등도 의무발급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10억원 이상 개인사업자로 정해진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조세 회피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사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국세기본법에 담는다. 이들 정책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5% 수준인 지하경제 규모를 10~1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세청은 해외 본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탈세 가능성이 높은 다국적기업 국내 지사 5000여개에 대해선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해외에서 쓰는 신용카드 내역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중소기업 등에 대해선 경제 민주화 차원에서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연 매출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 43만곳에 대해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4~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유예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통시장마다 전담 직원을 지정해 무료 세무상담도 해주기로 했다.

또 폐업한 중소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밀린 소득세나 법인세 납부를 늦춰주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폐업 전 3년간 국세 납부 실적과 연계해 자산압류나 매각 등 체납 처분을 유예하고 체납 세금은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주용석/임원기/도병욱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