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ㆍ공화, 시퀘스터 파장 놓고 논쟁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불가피론'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논쟁에도 불구하고 민주ㆍ공화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이제는 시퀘스터의 현실화 여부가 아니라 이로 인한 충격이 어느 정도냐 하는 문제로 논란의 주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초 시작되는 시퀘스터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예산 삭감이 이뤄질 경우 `재앙' 수준의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연방항공청(FAA) 직원 4만7천명이 무급휴가를 떠나면 항공기 연착, 취소 등으로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고, 많은 소방대원들이 일시적으로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것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부분은 대다수 국민이 시퀘스터로 인한 충격을 체감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또 최근 USA투데이와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는 시퀘스터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48%는 `조금 들어봤다'고 밝히는 등 여론 관심이 높지 않은 것도 정부ㆍ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워싱턴DC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에밀리 홀루보비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퀘스터로 인한 큰 충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화당이 `그것 봐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시퀘스터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경우 정부로서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겠지만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공화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시퀘스터를 중단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향후 예산안 협상에서 삭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백악관은 시퀘스터로 인한 예산 삭감 규모가 2013회계연도에만 850억달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초당적인 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이 최근 보고서에서 실제 규모는 440억달러이며 나머지 부담은 2014회계연도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혀 정부를 당혹케 했다.

이는 일반적인 정부 사업비용인 이른바 `재량적 지출'의 4%에 불과한 액수여서 파장이 크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악관과 민주당은 이번 시퀘스터는 오는 9월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에 대한 것이어서 그 충격이 12개월이 아닌 7개월에 집중될 수 있는데다 국방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국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연방정부와 산하기관들이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 계획을 통보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정치단체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의 리처크 코건 연구원은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면서 "실제로 재앙의 상황이라면 문제는 빨리 해결될 수 있겠지만 정부는 재앙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자동 예산삭감 개시를 닷새 앞둔 가운데 민주당은 시퀘스터에 따른 고통을 주장하고 있지만 영향이 즉각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이번 싸움은 공화당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