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로 한국에서 원화와 주식 채권값이 모두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장이 펼쳐졌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경기 침체를 막고 유리한 수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 직전인 20일에 비해 6원10전 떨어진 1155원20전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로 돈을 풀겠다는 '양적 완화' 방침을 밝힌 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위안화 가치 절상을 또다시 요구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 데 영향을 받았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시장 수급에선 달러 공급 우위,심리적으론 환율 하락 분위기가 우세했다"고 전했다.

채권값도 상승(금리 하락)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추석 연휴 전에 비해 0.06%포인트 하락한 연 3.44%,5년 만기는 0.08%포인트 내린 연 3.86%에 마감했다.

미국과 일본이 경기부양과 통화가치 절하를 위해 돈을 풀어 생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경기가 좋은 한국에 몰려와 채권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FRB는 양적 완화 조치를 공식화한 지난달 17일 이후 200억달러가량의 국채를 매입했고,일본은 10조엔 한도로 운영해온 고정금리 대출을 30조엔 규모로 늘렸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고채 1조7815억원 등 국내 채권시장에서 총 2조16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57조원 이상 매집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순매수 규모(52조원)를 이미 넘어섰다.

주가도 연일 연중 최고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3.97포인트(0.76%) 오른 1846.60에 마감했다. 미국 증시 약세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8거래일 연속 순매수(1012억원)해 상승세로 반전시켰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국내 주식을 3조3496억원어치 쓸어담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데다 원화 가치 강세로 환차익까지 더해져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동/강지연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