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경남 김해시 진례면에 있는 동아화성 공장에서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났다. 현장 근로자들이 불을 끄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 동아화성 직원도 아닌 60여명이 진화작업을 도우러 나타났다. LG전자 창원공장 직원들이다. 자기 회사 일도 아닌데 LG전자 직원들이 나타난 이유는 동아화성 공장이 드럼세탁기에 쓰이는 도어개스킷(특수고무)을 전량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공장이 멈추면 LG전자의 드럼세탁기도 만들 수 없다.

동아화성(사장 성낙제)은 자동차 · 가전용 특수 고무부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회사다. 세계 가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한국과 일본 회사들이 만드는 대부분의 드럼세탁기에 이 회사 제품이 쓰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성낙제 사장은 "국내 자동차용 고무개스킷의 80%,드럼세탁기의 90% 이상이 우리 회사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세탁기용 고무부품 1등 기업

동아화성의 주력제품은 자동차와 가전용 고무부품이다.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와 덮개 사이에 들어가는 고무개스킷,엔진룸의 공기흡입 호스,차창용 테두리 고무,드럼세탁기의 도어에 쓰이는 고무개스킷 등이다. 최근엔 연료전지용 고무부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자랑거리는 화려한 '고객사 리스트'.자동차 분야에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GM대우 등 국내 완성차 4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드럼세탁기 분야에선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일렉은 물론 파나소닉 도시바 산요 히타치 마쓰시타 등 일본 톱5 가전사가 이 회사의 고객이다. 작년엔 중국 하이얼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비결은 뭘까. 성 사장은 "고무에 약품을 섞는 배합기술,즉 레시피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무에 어떤 약품을 어느 정도 비율로 배합하느냐에 따라 물성(物性)이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엔진용 개스킷은 고압 · 고열을 견디면서 진동도 흡수하고 오래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충족하는 건 우리 제품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력에 더해 가격 · 납기경쟁력도 좋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가전회사들이 자국 부품을 안쓰고 동아화성 부품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 사장은 "일본 가전회사들은 처음엔 우리 부품과 자국산 부품을 동시에 공급받는데 나중엔 우리 것만 받게 된다"며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더 싸고,게다가 일본 부품사들은 공급을 의뢰하면 석 달이 걸리는 반면 우리는 한 달 만에 공급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로 글로벌 부품사 도약

쟁쟁한 고객사를 둔 덕분에 동아화성의 실적은 상승세다. 2007년 728억원이던 매출(본사 기준)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잠시 주춤했다가 작년에 899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100억원.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작년보다 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아화성은 향후 성장전략을 '해외 시장 공략'으로 정했다. 성 사장은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생산 규모를 늘리게 되면 주원료인 고무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바잉파워(buying power)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도공장,중국 우시공장,러시아 1 · 2 · 3공장에 이어 올 연말께 멕시코에 여섯 번째 해외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멕시코 가전공장에 우선 부품을 공급한 뒤 점차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성 사장은 "월풀 보쉬 등 가전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유럽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해(경남)=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