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해 상대적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차이의 원인은 설비투자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내년에 5% 이상 성장이 가능하고 그렇지 못하면 4%대가 된다. 투자는 2010년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되는 것뿐만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 위기 이전의 성장 궤도로 다시 진입하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내수와 수출 경기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근본 처방전도 투자다. 성장 능력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려 소비를 증대시키고 성장률을 높여 다시 투자를 증가시키는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첫 번째 고리가 투자인 것이다.

그동안 국내 투자 실적이 매우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투자 경기는 밝아 보인다. 최근 2년 연속 감소한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증가율이 기저효과 덕택으로 높게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환호하면 '지표의 함정'에 곧바로 빠진다. 내년에 설비투자가 비록 20% 성장을 한다 해도 작년과 올해를 포함한 3년 평균 증가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2007년까지 지속된 투자 부진세에서 조금도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아무리 기저 효과가 있다 해도 새해에 투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기업 투자 여건은 오히려 내년에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비록 국내외 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한다고 하나,이로 인해 금리가 오르고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화 환율이 절상되면 기업들의 수익성은 그만큼 악화된다. 거기에다 두바이 충격과 같은 금융위기 여진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면 그때마다 국내외 금융 시장은 출렁거리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증폭될 것이다.

기업 경영 여건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향후 국내 경제의 활로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요소로 인식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투자 대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먼저 임시투자세액 공제 제도의 철폐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투자가 가장 시급한 때에 갑자기 이를 폐지한다면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운 철강과 같은 기간산업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게 된다.

둘째 국내외 기업들이 구상하는 투자 사업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의 전봇대'를 송두리째 뽑겠다는 초심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셋째 중소기업의 창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IT 벤처 붐으로 고용을 늘리고 위기 극복의 선봉장이 된 성공 신화를 녹색 기술 등을 기반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넷째 반도체,건설,조선과 같은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사모투자펀드(PEF) 기능의 다양화 등이 이를 위한 과제다.

다섯째는 연구개발 투자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그동안 장기간 지속된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를 점검해 이제는 신성장 동력 사업의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국내 내수 시장의 육성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투자 대상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발굴해야 한다. 의료,교육,관광과 같은 서비스업과 연계해 국내 농어촌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이의 대표적 예다.

남북 경협을 진전시켜 해외 이전 투자를 국내로 돌리는 노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투자를 통한 고용 증대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내 투자 증대 구상이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새해를 투자 확충의 원년으로 삼고 '국내 투자 증진 5개년 계획'과 같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이의 성과를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유병규 < 현대경제硏 경제연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