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김모씨는 아파트 현관에 붙여진 '◆◆보험사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90%까지 대출해준다'는 전단지를 보고 전화해 대출을 알선받았다. 김씨는 대출이자가 연 6% 선인줄 알았지만 나중에 보니 그보다 훨씬 비쌌다. 대출모집인이 보험사에서 LTV 50%까지 대출을 받도록 해준 뒤 나머지 40%는 캐피털사를 통해 받게 해줬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금리는 연 5% 내외였지만 캐피털사는 연 13%에 달했다.

#2.지난 5월 한국씨티,HSBC,SC제일 등 외국계 은행의 대출모집인들이 고객 신용정보를 빼돌려 유통시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자기가 계약을 맺은 은행의 고객정보를 다른 은행의 대출모집인에게 팔거나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거래한 정보만 400만건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혼탁한 영업을 없애기 위해 대출모집인 제도를 대대적으로 고친다. 내년 초부터 각 권역별로 다른 대출모집인 제도를 통일시키는 한편 1명의 대출모집인이 1개 금융사에서만 일하도록 하는 1사1전속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상담사들이 각 금융권역에서 영업활동을 넓히고 있어 이들을 관리 · 감독할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개선안을 강구 중이며 내년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많은 쪽으로 대출 유도

대출모집인 제도의 문제점은 업권별로 제도가 다르고 제재 규정 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출모집인은 은행연합회에 4826명,저축은행중앙회에 3366명,여신금융협회에 2만9658명(카드 2만2109명,캐피털사 7549명),대부업협회에 6000여명 등이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8000여명이 저축은행,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대출상품을 함께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업체와 거래하다 보니 자기에게 수수료를 많이 주는 곳에서 고객이 대출받게끔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은 저축은행과 계약을 맺고 중앙회에 등록만 한다"며 "문제가 생겨도 징계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한 금융사 대출만 해라"

금감원은 이에 따라 대출모집인에 1사1전속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각 권역별로 제도를 통일시키고 협회 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해 1명의 대출모집인이 여러 금융사를 대상으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대출모집인의 정의와 배상책임,등록요건,감독권한,등록업무 위탁 등을 관련 법에 반영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신용정보 유출 막는다

대출모집인이 금융사 고객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대출모집인은 고객 DB에 있는 신용정보를 함부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대출상담사들이 고객 신용정보를 빼돌려 대출 유치에 활용한 혐의(신용정보법 위반)로 적발되는 일이 다반사다.

대출모집인들은 통상 10명 안팎이 팀을 이뤄 계약이 끝나면 금융사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고객 정보가 이곳저곳으로 흘러다닐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들의 고객 DB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 대출모집인의 신용정보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모집인의 모집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하고 대출상담사에 대한 윤리교육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석/이태훈 기자 realist@hankyung.com

◆대출모집인=금융사와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을 원하는 고객을 금융사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 '움직이는 점포'로 불린다. 은행은 대출상담사라고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