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는 태양전지 가격이 1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공급 과잉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친 탓이다.

5일 태양광 발전 시장조사 기관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국제 태양전지 가격은 와트(W)당 평균 1.20달러(지난달 마지막주 기준)로 작년 10월(3.16달러)의 40% 수준에도 못 미쳤다. 태양전지 가격은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86달러를 기록,2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5월 이후에는 1달러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해외에서 태양전지 수요가 다시 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는 바람에 가격이 되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신성홀딩스 미리넷솔라 KPE 등 국내 태양전지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전지 가격은 추락했지만 태양전지 핵심 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아 원가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단기계약(스폿) 물량 가격은 작년 10월 ㎏당 300달러대에서 80달러대로 급락한 반면 태양전지 업체들이 주로 쓰는 장기계약 물량 가격은 같은 기간 ㎏당 80달러대에서 60달러대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태양전지 가격 정체가 적어도 태양광 발전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최근 태양광을 포함한 신 ·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지만,실제 사업과 연계되는 데는 1~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 LG 한화 STX 등 태양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발주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기흥사업장에서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 가동식을 갖고 태양전지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고,한화석유화학과 STX에너지는 각각 연간 30MW,50MW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을 준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전지 사업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짧게는 5년,길게는 10년 뒤를 대비하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며 "자금력과 기술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