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로 5만원권이 발행된지 3개월을 맞았다.

발행잔액은 6조원을 넘어서면서 은행권 전체 발행잔액의 20%에 육박했다.

고가 상품이 많은 백화점이나 카지노 등에서는 5만원권 유통이 늘어나고 있지만 은행 창구에서 직접 5만원권을 인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카드 결제와 10만원권 수표 사용 관행이 여전한 데다 5천원권과의 혼선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아직은 5만원권 사용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신권 사용이 많은 추석 등 명절을 지나면서 5만원권 사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 1인당 2.6장 공급

23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공급된 5만원권의 잔액은 22일 현재 6조4천340억원으로 은행권 전체 발행잔액의 19.9%를 차지했다.

5만원권 발행잔액(누계)은 ▲지난 6월말 2조4천835억원(8.2%) ▲7월말 4조2천291억원(13.7%) ▲ 8월말 5조2천978억원(17.0%) 등이었다.

발행장수(누계)는 20일 현재 1억2천870만장으로 전체 은행권의 3.3%로 계산됐다.

올해 인구가 4천875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2.6장씩 공급된 셈이다.

5만원권은 지난 6월말 4천970만장에서 7월말 8천460만장, 8월말 1억600만장 등으로 계속 불어났다.

5만원권 발행이 확대되면서 1만원권의 비중은 지난 22일 현재 금액기준 73.2%로 신권 발행직전인 지난 6월22일의 92.2%보다 19.0%포인트 떨어졌다.

5천원권은 3.6%에서 3.1%로, 1천원권은 4.2%에서 3.8%로 각각 줄었다.

5만원권 공급확대는 수표거래 축소로 이어졌다.

지난 7월에 교환결제된 수표는 1일 평균 기준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9.2% 줄었고 8월에는 20.8%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조폐공사가 금융기관에 공급한 자기앞수표는 7∼8월에 32.8% 줄었다.

이내황 한은 발권국장은 "5만원권은 당초 전망했던 수준으로 순조롭게 공급되고 있다"면서 "갈수록 5만원권이 많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5천원짜리와 5만원권이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사용 증가…카지노서도 인기

고가 상품이 많은 백화점에서도 5만원권이 조금씩 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가장 매출이 많은 서울 소공동 본점의 경우 이달 들어 5만 원권이 하루 평균 1천400장씩 들어와 7월 하루 평균 800장씩 들어오던 것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나 상품권을 많이 사용하는 백화점 특성상 전체 매출액에 비해 사용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1만 원권을 대체하는 효과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하루 평균 사용된 수표는 7월 1억2천만 원에서 이달 1억5천만 원으로, 매출액 증가를 감안하면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1만 원권은 2억3천장에서 1억9천장으로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5만 원권 사용량이 다소나마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각 지점에서 사용된 5만 원권은 발행 초기에 하루 평균 400~500장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700~1천장 정도로 추산된다"며 "초기에는 `기념품' 성격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거래에서 사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행성 확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금지된 경마장과 카지노 등에서도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일반 영업점은 일일 1천만원~1억원 정도 5만원권을 공급하고 있지만 강원랜드 내에 있는 사북지점은 1억~3억원 정도 공급하고 있다.

◇은행 창구 수요는 미진

그러나 은행 일반 영업점 창구에서 5만원권을 직접 인출해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 창구에서 공급된 5만원권은 지난 6, 7월 하루 7천~8천만원 정도였지만 8, 9월에는 하루 5천~6천만원 정도로 줄었다.

은행들은 5만원권 유통에 대비해 5만원권 입출금이 가능한 자동화기기(CD.ATM)를 지점당 한, 두대씩 설치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추가 설치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이 처음 나왔을 때는 소장 가치나 호기심 등으로 수요가 많았지만 8월 이후로는 수요가 줄었다"며 "5만원권 입출금이 가능한 CD기가 한 지점당 한 개씩 들어가 있지만 유통이 잘 안 되고 있어 추가로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5만원권 유통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소액은 1만원권을, 3만~5만원 이상 고액은 신용카드나 수표를 사용하는 관행 때문으로 보인다.

색상이 유사한 5천원권과의 혼동에 대한 우려도 5만원권 사용을 피하는 이유로 보인다.

중견기업 경리부 관계자는 "각 부서에 경비 등을 지급할 때 5만원권이 아닌 10만원권 수표로 지급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으며 해당 부서에서 5만원권으로 달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권에 대한 수요가 많은 추석을 앞두고 5만원권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 추세인 데다 소액 결재 시 5만원권 이용이 번거로워 주로 1만원권을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말이나 10월초에는 추석 때문에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