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 원장 한홍택)의 장준연,구현철 박사 연구팀은 전자의 회전현상인 스핀을 이용해 저항을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인 '스핀트랜지스터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신기술은 '사이언스(Science)'18일자에 게재된다.

기존 반도체는 전자의 전하만을 이용해 구동됐던 데 반해 이 기술은 전하와 동시에 스핀을 이용해 반도체 소자를 구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핀트랜지스터 소자는 반도체 패턴이 인쇄돼 있는 웨이퍼 위에 나노 자석을 붙이고 특정 전압 아래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자가 회전하는 방향인 스핀 방향이 일정하게 정리되는 현상을 응용해 만든 것이다. 1990년 미국에서 스핀소자의 개념에 대한 이론적 보고가 처음 발표된 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실제로 구현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이 스핀트랜지스터가 상용화될 경우 작업 중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삭제되지 않는 '비휘발성'을 갖는 것은 물론 극소량의 전력만 쓰면서도 초고속 가동이 가능한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비휘발성을 갖는 반도체 소자를 상용화할 경우 전원이 공급돼야만 작동되는 D램이 가동되는 시간이 필요 없어 컴퓨터를 부팅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장준연 박사는 "집적도나 메모리면에서 2012년이면 한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이는 기존의 Si(규소) 기반 반도체를 뛰어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한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10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