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볼 만한 희망적 신호들이 잇따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목표치인 -1.5%로 방어하고 내년에는 4%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 데 이어,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3%의 '깜짝성장'과 함께 3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이 확실하다는 민간연구소들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 체감경기 회복세도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전달의 81에 비해 높아진 86으로 나왔고,전경련은 9월 BSI가 117.0으로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실물경제의 심각한 위축(萎縮)을 벗어날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것도 그래서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확장정책을 통해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이 경제운용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부동산 시장이 크게 불안해지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출구전략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것은 과연 우리 경제가 완전히 바닥을 지났는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거시지표들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호조에 힘입어 7월 경상수지가 44억달러 흑자로 6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고,생산 소비지표도 지난 6월 광공업생산이 5월보다 5.7%,소비재판매도 1.8%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인 확장추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비와 건설투자 선행지표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을 점칠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고용은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난 7월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보다도 7만6000명이나 줄어들면서 실업률도 3.8%에 달했다. 고용불안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6월중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줄어드는 등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듯하지만, 낙관할 수 없고 성장의 불씨도 미약한 실정이다. 앞으로 경제운용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가 무엇보다 중요하고,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도 그런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보다 근본적인 펀더멘털에 대한 진단과 함께,총론적 측면에서의 재정 확장이냐 아니냐,금리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다 미시적인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할 때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사안별 출구전략과 다양한 정책수단의 조합방안이 절실한 때라는 얘기다.

지금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가장 파괴력이 높은 사안이 부동산 문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시장불안을 가라앉히고 돈이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수단의 강구,일자리 창출과 기업 투자지원,소비촉진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주안점을 둔 맞춤형 정책대응이 시급하다. 경제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 기조를 어느 때보다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