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겸영을 사실상 허용했으나 정작 규제완화안을 받아든 양자 모두 뜨악해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교차소유의 두 당사자인 지역민영방송이나 케이블TV 사업자는 현실적으로 교차소유가 어렵다며 겸영 허용을 반대하거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도 두 진영 모두 종합편성채널 진출이나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더 큰 관심이 쏠려 있을 뿐 지분취득을 위한 아무런 구체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1월부터 지상파 방송사와 SO가 33% 한도 내에서 서로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동일지역 내 방송사업자들끼리 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상이 나왔다.

특히 지역방송사들이 힘을 합쳐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는 의미도 부연됐다.

그러나 SBS를 제외한 전국 9개 지역민영방송으로 구성된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는 이런 규제 완화가 지역방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냈다.

지역민방협회는 "겸영 허용이 종합편성채널 등장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지역방송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거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등 전국네트워크 사업자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고수홍 지역민방협회 부회장은 "지역민방의 가세가 현재 SO가 영위 중인 통신, 인터넷사업을 괄목할만큼 키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으며 단지 SO에 지분 투자하여 배당금을 챙기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지역민방에 대한 지분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양질의 자체프로그램 제작이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고 부회장은 덧붙였다.

케이블업계 역시 "학계에서 정책적으로 교차소유를 허용할 필요성을 제기했을 뿐 케이블 업계가 요청했던 사안이 아니었다"며 "케이블업계로선 실질적인 의미가 별로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한 SO 관계자는 "누가 주인이냐 보다는 실질적인 이해득실이 더 중요하다"며 "시장변화에 따라, 또 합종연횡의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업계에선 특히 겸영 시 언론노조에 속한 지역민방 노조의 영향력을 적잖이 두려워하는 측면도 있다.

두 진영 모두 신설조항에 대해 마뜩찮아 하자 입법예고안에 대해 의견수렴 중인 방통위도 적잖이 고심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동일권역의 경쟁 방송매체에 대한 낮은 신뢰감이 근저에 깔려있다"고 전하며 "제출되는 의견의 타당성 여하에 따라 시행령 개정안의 수치가 바뀔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