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대표 장안수)이 미국 머크와 10년간 5억달러어치의 판매실적이 예상되는 국산 개량신약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전 세계에 팔아왔던 다국적 제약사가 국산 개량신약을 해외에 가져다 파는 첫 사례다. 그동안 갑과 을의 관계로 굳어져 왔던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의 지위가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을 미국 머크가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 6개국에 팔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외 현지 유통회사나 중소 제약회사를 통해 국산 완제 의약품을 수출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다국적 제약사에 국산 개량신약을 공급하는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아모잘탄 완제품을 생산해 머크에 공급하게 되며,머크는 아모잘탄을 '코자XQ'라는 이름으로 현지에서 판매하게 된다. 현지 판매 허가와 영업 · 마케팅도 머크가 담당할 예정이다. 공급 기간은 10년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르면 2011년부터 첫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10년간 최소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북미,중국,유럽 등의 지역에서도 머크를 통해 아모잘탄을 판매키로 하고 추가 판권 계약 협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모잘탄은 한미약품이 CCB(칼슘을 이용한 혈관확장 치료약물)계열 고혈압 치료제인 '아모디핀(성분명:캄실산 암로디핀)'과 ARB(체내분비 효소작용 억제 치료약물)계열인 '오잘탄(성분명:로살탄 칼륨)'을 복합해 만든 개량 신약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암로디핀 및 로살탄 단일제제보다 효과는 떨어지지 않으면서 두통이나 부종,발진 등 부작용이 적은 데다 두 개의 약을 병용하는 것보다 약값도 40%가량 싸다는 점에서 해외시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