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도 숨겨진 1인치의 빈 공간이 있지 않을까. '

아시아나항공의 19년차 엔지니어인 박성철 차장은 보잉777 항공기를 정비하면서 이 같은 의문을 품었다. 미주노선 등 주로 장거리 노선을 다니는 항공기인 만큼 한 자리라도 늘리면 항공사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꼼꼼히 비행기를 뒤지던 그가 찾아낸 공간은 맨 뒷자리와 화장실 사이의 짐칸.박 차장은 짐을 항공기 출입구 옆의 빈 공간으로 분산해 적재하고 그 공간에 좌석을 더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회사 측은 이를 곧바로 채택했다. 이 덕분에 271석이었던 이 항공기 좌석은 274석으로 세 자리 더 늘어나 이르면 연말께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항공업계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양각색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신종 플루와 유가 상승 등으로 당분간 항공 수요가 크게 늘어나긴 어려운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로 비용이라도 절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부터 직원들로부터 매출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를 상시적으로 받아 경영에 반영하는 '비상경영제안제도'를 시작했다.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300여건의 제안이 접수됐고 그 중 5건을 채택했다. 보잉777 항공기의 숨은 공간에 좌석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도 채택된 제안 중 하나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보잉777 항공기는 총 4대.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늘어난 좌석으로 인해 연간 120만달러(약 15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최근 싱가포르 도쿄 등을 주로 운항하는 보잉777-300 항공기 엔진의 성능대비 높게 책정되어 있는 최대 이륙중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에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륙중량이 최대 299t에서 272t으로 줄었다.

이륙중량을 줄이면 여기에 연동해 부과되는 착륙료와 정류료 소음부담금 등 항공기 운항비용이 낮아진다. 대한항공은 이 작업으로 연간 13억6000만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밖에 연료를 실을 때 유가가 더 싼 지역에서 최대한 많이 싣는 방법을 써서 비용을 줄이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