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직원들의 고질적인 '눈치 야근'을 해결하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출입구에서 오후 6시30분을 넘겨 퇴근하는 직원들을 체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로 지난 4월13일부터 시작한 퇴근시각 파악 활동이다.

기한은 이달 말까지.

한국은행이 늦게 퇴근하는 직원들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수당도 못 받으면서 사무실만 지키는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 초과근무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각종 금융통계를 작성하는 중앙은행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업무량이 폭주할 때가 생긴다.

매월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2주 전부터 조사국, 정책기획국, 금융시장국 등에는 밤 11시~12시에 퇴근하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분기별로 작성하는 국내총생산(GDP) 등 굵직한 통계 발표를 앞두고도 관련 부서는 초과근무가 잦다.

그런데 이들 부서에는 특별히 맡은 일이 없으면서도 부서장이나 다른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이 있다.

부서장의 눈치를 살피는 이른바 눈치 야근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동료를 의식한 `동정 야근'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고 초과근무 수당을 챙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년 정부가 정한 예산을 갖고 초과근무를 수요 예상에 따라 부서별로 배정하다 보니 초과근무 대상에서 제외됐다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노조 관계자는 "일 없이 남은 사람에게 수당을 달라는 게 아니라 각자 업무량에 맞게 퇴근하자는 취지"라며 "눈치 야근자가 많은 부서장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사측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다.

예산상 제약 때문에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도 못하고, 남아서 일을 하자니 눈치 야근으로 분류된다.

한은 관계자는 "일단 불필요한 눈치 야근을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두고 업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