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매출이 최근 큰 폭으로 떨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안 `특수'라고 불릴 만큼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내에 들어와 명품을 싹쓸이해갔지만, 최근 원.엔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본인들의 구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명품 매출 신장률(작년 동기 대비)은 25.8%를 기록, 지난 1월 49.5%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명품 신장률 최고치를 기록했던 2월 71%에 비해서는 50%p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2월 최고치를 찍었던 명품 신장률은 3월 35.9%, 4월 29.6%로 낮아진 데 이어 5월 들어 25.8%까지 떨어진 것이다.

명품 매출액 자체로 비교해도 5월 매출액이 지난 3월에 비해 77%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지난 3월 문을 연 부산 센텀시티점을 제외하고 기존점을 기준으로 집계한 5월 명품 매출 신장률이 26.9%를 기록해 2월의 45.4%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백화점 업계는 경제 불황 속에서도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명품 판매가 최근 이렇게 줄어든 데는 일본인들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때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루이 뷔통, 구찌 등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일부 브랜드들의 경우 `싹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많이 사갔다.

그러나 지난 2~3월만 해도 1천6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엔 환율이 최근 1천200원대로 떨어지면서 `한국에서 명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혜택이 거의 사라졌고, 백화점에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던 비중이 1~3월에는 평균 30%대를 유지했지만 5월 들어 10%대로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2월 9.7%에서 4월 5.1%, 5월 2.5%로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박우영 매니저는 "엔고현상으로 지난 3월까지 일본인 관광객들의 명품 쇼핑이 많았으나, 4월부터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5월은 골든위크라는 특수에도 불구하고 신종플루로 인해 일본인의 한국 방문이 줄면서 일본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 자제로 국내에서 명품을 많이 구입하고 있어 아직 20%대의 신장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쇼핑관광이 줄어들면서 명동 일대의 호텔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나란히 붙어있는 롯데호텔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이 4월까지 2만 실, 3만6천 명 가량 들었으나, 5월에는 1만4천 실, 2만5천 명 정도로 30% 정도 감소했다.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의 경우에도 1.4분기 투숙객 중 일본인 비율이 40%에 달했으나, 5월 들어 25% 정도로 줄었으며, 5월에는 예약취소율도 13%에 달했다.

1.4분기에 객실 잡기가 힘들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호텔업계는 환율 하락의 영향에 더해 지난 4월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홍지인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