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환율로 쏠리고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해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렸지만 이번엔 정반대다. 지난 3월 초 1570원30전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250원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원화의 가파른 강세(환율 하락)는 벌써부터 투자 환경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4월 한 달간 사상 최대 규모인 4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5년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환율 하락을 예상한 베팅이라는 진단이 많다.

또 지난주 오비맥주를 인수하며 첫 한국 투자에 나선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KKR의 행보도 환율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유정헌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대표는 "인수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10~20% 높았다"며 "이는 나중에 되팔 시점의 원화 강세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원화 약세를 틈타 작년 말부터 유입된 교포 등의 해외 투자자금이 단기간에 30% 안팎의 고수익을 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을 낮춰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맥쿼리증권은 환율이 1200원까지 떨어지면 삼성전자의 올 영업이익이 반토막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급락이 회복 중인 경제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화 강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나 외국인의 주식 매수 강도로 보면 1100원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원화 강세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다"며 "경제 환경이 급변할 때가 최고의 투자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환율 움직임에 안테나를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