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는 기아자동차 유럽시장을 겨냥해 만든 해치백 전략 모델이다. 최근 영국 유력 주간지인 오토익스프레스 평가에서 폭스바겐 골프를 제치고 준중형급(C세그먼트) 1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시승한 씨드 ISG는 이 차량이 왜 현지에서 호평받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줬다.

시승 차량은 시험 · 연구 목적으로 수입된 1.4ℓ 가솔린 수동변속기 모델로 여기에다 ISG 장치를 달아 연비를 크게 높였다. ISG는 'Idle Stop&Go'의 약자로,공회전 때 자동으로 엔진 시동을 끄고 재출발할 때 다시 켜주는 장치다.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수동 모델에만 탑재하고 있지만,내년부터 국내시장용 자동변속기 모델에도 순차적으로 넣을 예정이다.

씨드 ISG 모델로 도심을 달리던 중 정지신호에 걸렸다.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중립으로 빼자 시동이 부드럽게 꺼졌다. 계기판에는 자동멈춤(AUTO STOP)이란 표시등이 켜졌다. 덕분에 정차 때 연료가 전혀 소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실내 소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속 10㎞ 이상으로 주행하다 속도가 2㎞ 이하로 떨어져도 마찬가지로 엔진이 멈췄다.

시동이 꺼진 후에도 파워 핸들은 물론 라디오와 같은 전자장치들은 엔진이 가동될 때와 똑같이 작동했다. 다시 출발하기 위해 클러치를 밟은 뒤 1단 기어를 넣자 순식간에 엔진이 재가동했다. 클러치를 밟지 않고 브레이크만 밟아도 시동이 걸렸다. 같은 동작을 시험 삼아 수차례 반복했지만 무리가 가지 않았다.

ISG 장치를 탑재하는 것만으로 일반 차량 대비 최대 20%의 연비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국에서 시판되는 씨드 1.4 ISG 모델의 경우 표준연비가 ℓ당 17.5㎞(5.7ℓ/100㎞)다. 실제 주행해본 도심 연비는 이보다는 낮았지만 ℓ당 평균 14㎞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씨드 ISG 모델의 장점은 하이브리카와 같은 원리로 연비를 높여주지만,장착 비용이 대당 50만원 선에 불과해 하이브리드카 대비 값이 싸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10분의 1 수준이다.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씨드의 시트는 푹신하다기보다 단단한 느낌에 가까웠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기호에 맞춰 전동식 사이드미러와 뒷좌석 파워윈도,앞좌석 램프 등 편의장비도 장착되지 않았다. 대신 주행 중 실시간 연비 상태를 보여주는 트립컴퓨터가 달렸다. 5단 변속기를 탑재했는데,고속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저속 때 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