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 위기에 몰린 데는 우선 고비용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비용 구조를 초래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끌려다닌 탓에 시간당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때는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50% 이상 높았다. 퇴직자건강보험,연금 등을 회사가 책임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820억달러의 누적손실을 기록한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부채 급증은 고비용 구조의 결과다.

너무 오랫동안 쌓여온 부실이어서 정부의 퇴진 압력을 받고 물러난 릭 왜고너 전 최고경영자(CEO)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왜고너의 퇴진이 그에 대한 비난을 뜻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 것도 GM의 위기가 그만큼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GM의 발목을 잡아온 또다른 요인은 바로 정치권의 각종 규제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평균연비기준(CAFE)'을 꼽을 수 있다. 미 의회는 1975년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업체별 평균 연비 기준을 만들면서 국내 혹은 해외에서 생산되는 차를 따로 구별해 기업 평균 연비를 맞추도록 규정했다. '투 플리트 룰(Two Fleet rule)'이라는 규정이다. GM 등이 인건비가 싼 해외에서 소형차를 만들어올 수 있는 동인을 없애버린 것이다. CAFE 규정을 맞추기 위해 GM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건비가 훨씬 비싼 미 공장에서 계속 소형차를 만들어야 했다.

미 의회는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75% 이상)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실제로는 미국 공장에서 소형차를 생산하는 '빅3'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UAW 관계자도 이 규정이 없었으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고비용 구조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30여년 동안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트럭 생산에 주력해 온 '빅3'입장에서는 결과가 뻔한 게임을 계속해온 것이다. 정치권은 표만을 의식할 뿐 애당초 GM 경쟁력은 안중에도 없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오바마 정부는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량 개발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석유 수입을 줄인다는 명분이지만 과연 이 차가 얼마나 팔릴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온전히 GM 몫이다. 휘발유값이 싸면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카나 수소차 같은 비싼 차를 외면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민주당은 물론 오바마 정부도 유류세 인상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딜러를 보호하기 위한 주정부 차원의 각종 법규도 GM의 방만한 경영의 불씨가 됐다. 딜러를 없애면 GM은 곧바로 악덕 기업으로 몰려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딜러 문을 닫게 하려면 회사가 딜러를 산 후 간판을 내려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노조와 채권단이 양보한다고 해서 GM이 살아날 수 있을까. 미 정치권도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자국 기업의 고비용 구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