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근 회원국들에 대한 대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꾼 국제통화기금(IMF)에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MF는 최근 단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사전 자격요건만 충족되면 특별한 조건을 붙이지 않고 사실상 무제한으로 외화자금을 빌려쓸 수 있게 대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꾼 바 있다.

1일 WSJ에 따르면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IMF의 지원을 받는 것은 외환위기에 직면한 국가들 사이에서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었지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현재 'IMF의 응급실'은 넘쳐나는 실정이다.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나서 IMF는 총 500억 달러를 유동성 위기에 처한 회원국들에 공급했으며, 지금도 IMF의 손길을 기다리는 나라들은 줄을 서 있다.

IMF는 과거에는 대출금 받아가는 회원국들에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했지만, 현재는 긴급 대출에 별다른 제약조건을 붙이지 않는 등 한층 부드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IMF 유럽본부장을 맡은 마렉 벨카 전 폴란드 총리는 "IMF에게 중요한 문제는 대출받은 나라들의 경제정책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들이 강 건너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이처럼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 외에도 선진국들에 추가 경기부양책을 집행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라고 촉구하는 등 국제 경제에서 제 목소리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번 G20 금융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이 IMF의 개혁과 위상강화를 통해 금융위기를 보다 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도 IMF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번 G20 참가국들은 IMF에 2천500억달러 투입을 약속하는 한편, 위험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IMF의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G20 회의에서 IMF의 개혁 문제가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단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중국이 IMF 내에서 자국의 경제 규모에 맞는 의결권을 요구하며 미국과 영국 주도의 IMF 체제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참가국들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사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IMF를 감독하는 정책그룹을 이끄는 이집트의 유세프 부트로스-갈리 재무장관은 "모두가 새로운 모습의 IMF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변모한 IMF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