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는 채권 금융기관의 신용위험평가를 근거로 한 전방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7일 2차 건설 및 조선사 구조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음 달부터는 44개 주채무계열 재무구조평가, 해운업체 구조조정,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분기 이후에는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아 구조조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내달 말 44대그룹 재무평가 마무리

일부 채권은행들은 44개 그룹 계열사들의 작년 말 결산 재무제표가 나오기 시작한 이번 주부터 재무구조평가를 시작했다.

채권단은 4월 말까지 평가를 마쳐 불합격 판정을 받은 그룹에 대해서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 계열사 정리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달 말까지 재무구조평가를 마치고 5월 말까지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도 마무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작년 9월 말 기준 재무제표를 근거로 지난 2월 약식 평가를 했을 때 5~6개 그룹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말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9월 말에 비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건설 및 조선업종도 작년 9월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실시한 1차 구조조정에서는 112개 평가대상 업체 중 16개사(14.3%)만 구조조정 대상이 됐지만 작년 말 재무제표에 근거해 실시한 1차 구조조정에서는 74개 업체 중 20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다.

채권단은 44개 주채무계열 평가에서 부채비율을 가장 중시하며 이자 지급능력과 영업이익률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다.

부채비율에 따라 합격을 받을 수 있는 종합점수 기준이 달라진다.

예컨대 부채비율이 300% 이상인 대기업은 종합점수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받아야 합격하는 반면 부채비율이 150% 미만인 곳은 40점만 받아도 합격할 수 있다.

◇ 상시 신용위험평가..해운업 구조조정도

채권단은 다음 달부터 작년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인 거래기업에 대한 상시 신용위험평가도 진행한다.

평가 결과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이 나오면 유동성 지원을 받고 C등급(부실 징후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며 D등급(부실기업)은 퇴출된다.

금감원은 올해 1월에 실시된 1차 건설 및 조선 신용위험평가에서 양호한 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채권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4월부터 실시되는 정기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에 이들 업체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177개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작업도 4월에 시작된다.

채권은행들은 내달 초까지 해운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기준을 마련해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 37개사를 먼저 평가하고 나머지 140개사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옥석을 가린다.

해운사의 경우 용선 비중과 미지급금 규모, 선박의 가압류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특히 보유 선박 가운데 용선(빌린 배) 비중이 100%이면서 재무구조가 허약한 곳은 C나 D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상위 2~3개 해운사가 C나 D등급을 받고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는 하위 10~20개사가 인수.합병(M&A) 등 강제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채권 금융기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기업 부실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