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오바마이즘'(Obamaism · 오바마주의)의 정체는 무엇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됐는 데도 아직 그의 정책 이념 노선이 어디 있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 워싱턴 정가의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선 '사회주의자'로,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선 '타협주의자'로,측근들로부턴 '실용주의자'로 평가받는다"며 경제 및 안보 등 다양한 핵심분야에서 서로 다른 정치철학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쪽에서는 의료보험 개혁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 인상 등 부의 재분배를 강조,진보적 성향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반면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와 이라크 철군 등 국가 안보 정책은 중도 노선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키로 함으로써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이는가 하면서도 외국에서의 테러 용의자 체포 문제 등 안보 관련 정책의 상당 부분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의 틀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원은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오바마가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편입된 사람이 아니다"며 "그는 실용주의자이고 성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지 어떤 하나의 원칙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를 '새로운 민주당원'(New Democrat)이라고 표현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념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분노하게도 만든다"며 "오바마이즘은 여러 가지 철학의 혼합물"이라고 진단했다. 또 대선 당시 반대파들을 끌어 모으는데 도움이 됐던 이런 정치노선의 모호함이 현재 당면한 정책 과제 수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막대한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는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 · 오바마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못 말리는 낙천가이자 지출광"이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맨큐는 15일자 NYT 사설을 통해 미국의 '2009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나타난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전망이 '장밋빛 일색'이라고 비난했다.

이미아/유병연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