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세계 경제가 미국으로만 모여드는 미국 달러화 때문에 더 허덕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특히 당장 달러화를 비롯한 외화로 나라의 빚을 갚아야 하는 신흥국가에서는 달러화를 구하지 못해 나라가 파산할 처지에 놓였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그런 나라들이 결국 채무 불이행 상태로 빠지면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에 따르면 신흥국가로 유입된 민간부문 달러화 투자금은 2007년에 9천280억달러였으나 지난해에 4천660억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그 액수가 1천650억달러로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지난 한해 동안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고도 주요 외국 통화에 비해 13% 상승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 자산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만을 바라보게 됐고, 미국 투자자들 역시 해외 투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같은 다른 나라 정부들이 미국 국채를 계속 매입하고 있는 점도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지난해에 외국으로 팔려나간 미국 국채 총액은 4천560억달러였는데, 이는 그만큼의 달러화가 미국으로 흘러들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현상이 일종의 '제로섬 게임' 성격을 갖고 있으며,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명예연구원은 이런 달러화 기근 현상 때문에 "거의 모든 저소득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제3차 금융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셋서 연구원은 동유럽 국가들이 처한 위기 상황이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유사하지만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해 있어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프라사드 명예연구원은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에콰도르 같은 다른 나라들도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고, 셋서 연구원은 앞으로 나타날 추가 위기 상황을 가정했을 때 국제통화기금(IMF)이 어려움에 처한 나라들을 돕기 위해 모두 1조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