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외신 기자들의 간담회 화두는 한국 정부의 환율 정책과 외채 상환 능력이었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최근 환율 급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와 대외 변수 악화로 단기 외채를 갚을 수 있는지를 가장 알고 싶어했다.

윤증현 장관은 최근 환율 불안과 정부 개입 의지 그리고 동유럽 금융위기 여파 등에 대한 외신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차분한 어조로 한국 경제의 체력이 건강한 상태임을 단호한 어조로 강조했다.

사실 윤 장관이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유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일부 외신의 시각이 왜곡돼 있다는 판단 아래 경제 수장으로서 정확한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로 힘든 상황이지만 외환 위기를 극복한 경험에 대외 지급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외신들이 한국의 환율과 외환 능력에만 신경 쓰기 보다 펀더멘털을 주목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는 평소 "언론이 정확히 보도해야 한국 경제가 제대로 나갈 수 있다"는 소신에 따른 것으로 동유럽발 위기 등의 어려움을 솔직히 인정하되 한국 경제 자체를 지나치게 나쁘게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환율 관련한 질문 공세에는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노련미가 돋보였다.

윤 장관은 환율 수준과 정부 개입에 대해선 "특정 환율수준은 누구도 말하기 어렵고 나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외환시장의 이러한 변동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는 외환 당국자로서 환율 시장에 자극을 주는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외신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이 외환 시장에 불안을 준다면서 공세의 고삐를 당기자 윤 장관은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비껴갔다.

특히 외신들이 한국의 외채 상환 능력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자, 윤 장관은 외평채 발행과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및 확대 가능성 등도 거론하면서 정부가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준비 중이며 최악의 경우에도 외채 지급 보증 능력이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외지급능력 얘기 나오면 소규모 개방경제(스몰 오픈 이코노미)의 비애를 자꾸 느낀다"면서 "단기외채가 1천500억달러 정도 되는데 우리는 2천억달러 외환보유고에 900억달러 통화스와프가 있다.

외환 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제2, 제3 방어막 있어 대외지급능력은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외신기자는 "여전히 한국 정부의 환율 개입 의지가 애매하긴 하지만 윤 장관의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면서 "향후 보도시 이런 부분이 감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