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은 일단 '냉담'

미국 재무부가 그동안 마련해 온 새로운 금융구제책을 10일(현지시간) 내놓았으나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민간부문과 함께 인수하고 소비자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출을 확대하는 것 등에 최대 2조달러까지 투입하는 계획이 아직 구체적인 내용까지 마련되지 않은데다 규모 면에 있어서도 이 정도로 충분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락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기존의 7천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명칭을 바꾼 '금융안정계획'을 오전 11시 발표한 이후 낙폭을 키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에 전날보다 30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8,000선 밑으로 내려갔다.

이미 예정됐던 이날 발표 내용이 증시 투자자들에게 실망스러웠다는 셈이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가 이날 발표된 금융안정계획이 효과를 낼 것으로 보느냐고 묻는 인터넷 폴에서도 오후 2시30분 현재 2만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65%에 달해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응답 19%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그동안 금융구제책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금융권 부실 자산 해소 방안과 주택압류 방지를 위한 자금 투입 등을 발표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이트너 장관이 의회에 금융안정계획을 보고했지만 의원들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우려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민간부문과 함께 5천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에 달하는 '민관 투자펀드'(PPIF)를 만들어 금융위기의 핵심에 있는 부동산 관련 자산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실자산 인수에서 핵심 문제인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미 정부는 직접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배드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었지만 정부가 부실자산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해 인수할 경우 납세자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너무 낮은 가격에 인수하면 금융회사의 다른 관련 자산의 가치 절하로 이어져 부실을 확대하는 문제가 있어 고민해왔다.

재무부는 결국 민간부문을 참여시켜 민관 합동의 '통합은행'(aggregator bank) 형태인 PPIF를 만들어 부실자산 인수에 나서기로 이날 발표했지만 자산의 가치 평가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민간의 참여에 따른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또 민관이 함께 부실자산 인수에 나서기로 한 이상 민간 자금이 적극적으로 부실자산 인수에 나서야 효과가 기대돼지만 민간 투자자들이 이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금융안정기금(FST)을 만들어 은행의 전환우선주 매입을 통해 금융회사에 추가 자본을 투입키로 하고 주택압류 방지를 위해서는 50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권 부실의 근원이 된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모기지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격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비해 확실한 내용은 아직 없는 것이다.

도이치방크 증권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라보그너는 로이터 통신에 "이것으로는 충분하지도 않은데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시클리프캐피털의 제임스 엘먼 회장도 "투자자들은 분명하고 단순하면서도 해법이 되는 것을 원하는데 이 계획은 혼란스럽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이날 발표에 앞서 정부 대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정부가 주택압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고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고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발표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는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에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할 때까지 매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