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난달 실업률 7.2%로 급등 … 실업자 52만명 늘어
알코아 등 감원 바람 이어져 … 사회 불안정 초래 우려

새해 벽두에도 감원 태풍이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에 두 자릿수대 실업률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실업은 소비 감소로 이어져 각국 정부의 내수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계획에 차질을 주고,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신흥국에서는 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노동부는 9일 지난 12월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52만4000명에 달해 지난해 전체적으로 260만명 가까이가 실직했다고 밝혔다.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12월 실업률은 전달 6.7%에서 7.2%로 급등했다.


미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 3일 현재 1982년 이후 최대인 461만1000명에 달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가 최근 전체 직원의 13%인 1만3500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고 IBM도 조만간 대규모 감원에 나설 예정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실업률이 올해 8.3%,내년에는 9%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조지메이슨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머뭇거리다가는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선 부동산 거품붕괴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이 맨 먼저 두 자릿수 실업 시대에 들어섰다.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13.4%로 1년 전 8.6%에 비해 4.8%포인트 상승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의 평균 실업률도 같은 기간 7.2%에서 7.8%로 상승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은 지난해 8~10월 실업률이 6.0%로 유럽의 평균보다 낮지만 올해 항공우주산업에서만 수만명이 해고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고용사정이 좋지 않다. 닛산자동차는 영국 현지 공장 직원 12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아일랜드에선 델컴퓨터가 공장을 폴란드로 이전키로 하면서 1900명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부품업체인 TDK는 8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는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대량 실업이 사회소요라는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선 장난감 공장 4800곳이 지난해 문을 닫아 2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실업으로 광둥성을 떠난 사람만도 6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신화통신 자매잡지인 랴오왕은 "귀향하는 1000만의 농민공들이 춘제(설날) 이후에도 실업자로 계속 남는다면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맞은 올해 대규모 소요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취안성 국무원 참사는 "금융위기로 67만개 영세기업이 문을 닫고 67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중국의 작년 11월 도시 실업률을 정부의 공식 집계치인 4.0%보다 두 배 이상 많은 9.4%로 추산했다.

인도에서는 향후 3개월간 노동집약적인 수출기업에서 10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광산업에서 최근까지 발표한 감원계획 규모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4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정부의 사회안전망 지출 확대를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광진 기자/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