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제가 정부 당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을 뜻하는 'S(Stimulus)'와 여전히 쉽게 벗어나기는 힘들 경기 침체, 즉 'R(Recession)'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전망했다.

WSJ는 이런 대결이 그동안 침체 상태가 이어지면서 생긴 관성과 경기 부양이라는 반대 방향의 힘이 충돌하는 형태로 전개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거시적 현상이 앞으로 몇년동안의 투자 환경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이 침체 상태를 관성에 비유한 까닭은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여건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까지 미국의 은행이나 가계 모두 부채를 감수하면서 자산을 확대해 왔지만 지금은 고통을 감수한 채 부채 축소에 나서고 있으며, 은행과 가계가 다시 핵심 성장 동력 노릇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침체 지속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여건이다.

WSJ의 설문조사에 응한 경제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회복을 시작하겠지만 성장률은 여전히 예년을 밑돌 가능성이 높고 올해 실업률 또한 8%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올해 안에 미국 경제가 5%대의 성장률을 회복한다 해도 그때까지 지속될 불황의 잔재를 털어내는 데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 당국이 착수했거나 시작할 예정인 전방위적 경기 부양책은 침체라는 관성에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새로운 힘이다.

차기 미국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2년간 최고 7천500억달러를 투입할 방침을 밝힌 것 이외에도, 총 6천억달러 규모로 예상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대 모기지업체 부실채권 매입은 이제 100억달러만 집행됐을 뿐이고 2천억달러 규모의 신용카드 및 학자금대출 시장 지원은 오는 2월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있으며 그에 따라 5%대까지 낮아진 표준형 30년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침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 WSJ는 침체라는 힘에 맞선 부양이라는 힘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단기적인 인플레이션과 그 이후의 추가적인 경기 하강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금융업계가 위험성 높은 금융상품 때문에 모두 1조4천억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었는데 그중 1조달러 가량을 상각 처리했으며 손실 만회를 위한 신규 자금 조달 규모가 8천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