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컨소시엄 구성..'굿뱅크'만 인수

산업은행이 미국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 지분 상당 부분을 6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10일 리먼브러더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며 규모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25%가 넘고 금액은 60억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9일(현지시각) 산업은행과 지분 매각 협상이 끝났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중 한 때 40%나 폭락한 8.50달러에 거래되며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 외신에서 금융위원회 전광우 위원장이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위 대변인은 "전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끝났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추가 부실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부실 우려 자산을 일부 자본과 함께 '배드뱅크'로 보내고 '굿뱅크'만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포천지는 리먼브러더스가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자산관리 부문을 전부 혹은 부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며 '배드뱅크'를 만들어 부실 모기지채권을 떼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배드뱅크는 리먼브러더스가 우선 80억달러를 집어넣고 나머지 240억달러는 추가로 채우거나 외부에서 차입하는 방식이 모색되고 있으며 배드뱅크의 지분은 기존의 주주들이 갖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설사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담보대출) 사태로 추가 부실이 발생해 투자금 6조원중 3조원 가량을 날리더라도 리먼브러더스가 가지고 있는 각종 정보의 가치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수십조원 이상의 이득을 얻을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이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해외 투자자를 컨소시엄에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주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서둘러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당초 하나은행에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와달라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 유치에 실패하자 산업은행에 지분 20%를 인수해 역시 재무적 투자자가 되어 달라고 제의했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리먼브러더스의 제안을 거부했고 이후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부문에서 60억달러를 상각한데 이어 이번 분기에 추가로 28억∼40억달러를 상각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리먼브러더스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인수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2년간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어려워진 월가의 다른 금융기관을 인수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월가에 산업은행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것도 소득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먼브러더스의 서울지점 대표를 지낸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리먼브러더스와 협상을 시작하기 전 이사회에 인수에 성공할 경우 리먼브러더스에서 기존에 받았던 스톡옵션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호준 기자 merciel@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