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또 만들려면 10년,20년 가지고는 안될 겁니다."

경영권 불법 승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재판이 열렸던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417호 법정.피고인 신문을 받던 이 전 회장은 재판부가 '삼성의 계열사 중 어떤 회사가 중요한가'를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삼성전자 제품 11개가 세계 1위다.

그 1위는 정말 어려운 거다.

삼성생명은 국민의 생명을 지고 있는 쪽에 속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라고 울먹이며 어렵게 말을 이어나갔다.

노(老) 기업인의 눈물에 법정 분위기는 일순간 숙연해졌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아들까지 법정에 서는 등 그동안의 재판 과정이 힘들었고,특히 기업을 키우면서 겪었던 온갖 어려움이 생각난 듯 눈물을 훔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부도 "빨리 대답할 필요 없다"며 이 전 회장의 감정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연구 개발에 주력하면서 경영권은 어떻게 확보해왔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는 "경영권 확보다 뭐다 말을 많이 하는데 100% 주식을 가져도 회사가 능력이 없으면 (능력있는 회사의) 1%만 못하다"며 "정말 강한 경영권이라는 것은 회사의 운영 및 기술 개발을 잘 하고 회사가 건전하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전 회장은 "우선 재용이 본인의 능력이 닿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룹을) 이어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주인은 주주이며 본인은 완전한 경영자로서 지배주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전무에게 증여를 하면서 낸 세금이 적지 않느냐고 묻자 "국민들 눈에 적게 비춰진다는 것을 인정한다.

조금만 투자해도 주가가 올라갈 때라 증여 타이밍도 좋았지만 좋은 타이밍을 잡으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지시 여부를 부인했다.

이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재용씨는 이 전 회장이 재산을 증여하고 그 돈을 가지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을 사들인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나중에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답했다.

재용씨는 오후 1시께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방청하다 40분간 증언한 뒤 3시30분께 귀가했고 이 전 회장은 11시간 가까이 재판을 받고 2일 새벽 12시18분께 법정을 나섰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