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산 의류 수입제한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함에 따라 양국간 섬유무역 전쟁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13일 중국산 면셔츠·바지·속옷 등 3개 품목에 대해 올해 수입 증가율이 전년대비 7.5% 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한편 다른 중국산 섬유의류 품목에 대해서도 수입쿼터제 부활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을 수출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 섬유업체들에게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11월 미국이 중국산 브래지어 등에 대해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한국의 여성내의류 업체 남영L&F의 칭다오법인이 증산계획 등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 ◆미·중 간 인식 차이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수입쿼터제 폐지 영향으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미국 섬유 업계의 청원을 받아들인 결과다. 미국 섬유업계는 올 들어 18개 공장이 문을 닫았고 1만66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산 섬유 의류의 대미 수출은 5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4% 증가했다. 중국입장에서 최대 무역흑자 대상국인 미국은 올 1분기에도 중국과의 교역으로 42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중국산 섬유가 대중 무역 적자의 주범이라는 게 미국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산이 미국인의 생활비를 낮추고 소비자들의 복리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인들이 지난 10년간 중국산 덕분에 6000억달러를 절약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섬유제조업계는 미국 상무부의 조치를 환영했으나 로라 존스 미국 섬유의류수입업자연합 사무총장은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보복조치 나올까 앞으로의 관심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이 어떤 보복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중국 상무부 충취안 대변인은 15일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보복조치를 불사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주중한국대사관 김동선 산자관은 "중국은 WTO에 미국의 조치를 부당하다고 제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의 탈세 및 무노조 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과거 한국과 마늘분쟁이 생겼을 때 중국이 휴대폰 수입을 규제했던 것처럼 이번 사태가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내 상호 방문키로 하는 등 연말까지 최소 네 차례 정도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데다 북핵 6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껄끄러운 관계를 만드는 건 서로에게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과는 화해 무드 중국이 같은 섬유제품 수입증가에 불만을 터뜨렸던 유럽과 '빅딜'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미국보다 앞서 갈등을 빚어왔던 유럽에 대한 섬유수출을 자제하고,유럽은 대중 무기 금수 해제 카드를 제시해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11일 EU관리들의 방문을 받고 "섬유수출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EU측은 지난 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16년간 지속해온 대중 무기금수 조치를 해제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섬유제품에 대한 수출관세를 추가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중국이 섬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미국과 일본이지만 증가 속도는 유럽 나라들이 훨씬 빠르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로의 중국산 섬유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80% 이상 늘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정지영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