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 '스웨덴식 재벌 지배구조 빅딜론'이 제기된 뒤 정부내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스웨덴식 빅딜론'이란 대기업 대주주 일가의 지배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와 고용을 늘려 사회적 공헌을 높이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빅딜론에 대해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며 논의 가능성 자체를 일축한 반면 재정경제부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공정위,'논의 의미 없다' 일축 빅딜론은 참여연대와 함께 국내 진보진영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대안연대에 몸담고 있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이찬근 인천대 교수 등이 그동안 거론해온 방안. 이들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전자를 세계 최우량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에게 삼성전자를 맡기는 게 옳다"며 "대신 삼성전자에는 그에 알맞은 사회적 책임을 맡기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해왔다. 진보매체인 '월간 말'지가 최근호(6월)에서 이 같은 주장을 기사화하면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업개혁 대안으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듣고 있지만 빅딜론은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의 근간을 흔드는 제안으로 협의할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24일 이화여대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로 도약하려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어려울 때 체질을 개선해 경기 상승 국면을 준비해야 한다"며 빅딜론을 간접적으로 반박했다. ◆재경부,'투명성이 우선' 그러나 재정경제부측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빅딜론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시장이 원하는 개혁은 투명성과 책임성 공정성이지 개별 그룹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부총리도 지난달 말 해외 한국 경제설명회(IR) 이후 "해외에서 생각하는 개혁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더라"며 "개혁의 요체는 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지배구조 개혁 위주의 공정위 개혁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는 "빅딜론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하더라도 개혁 성향의 새 정부 내에서 빅딜론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론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 [ 용어풀이 ] ■스웨덴식 재벌 지배구조 빅딜(살트세바덴 협약)=에릭슨 일렉트로룩스 ABB 사브 스카니아 등 14개 상장 기업을 거느린 스웨덴 최대 그룹인 발렌베리(Wallenberg)가 1938년 스웨덴의 사회민주당 정권과 체결한 협약. 주요 내용은 발렌베리 창업주 일가는 기업 지배권을 인정받는 대가로 일자리 제공과 기술 투자에 힘쓰고 최고 85%의 높은 소득세를 내는 등 '국민경제에 대한 공헌'을 약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