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우리 나라의올해 성장 목표를 6%대로 제시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작년의 경우 워낙 저성장이었기 때문에 돌발악재 없이 내수가 어느 정도만 받쳐준다면 6%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4일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잠재적 악재가 만만치 않아 5%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 6% 성장해야 일자리 창출 가능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 성장률을 5%대로 잡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책 수단을 써서라도 6%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는 지난 2일 "대외적으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를 5%대로 발표했지만 앞으로 4~5년 안에 5%대의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성장목표를 6%대로 잡고 경제를 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3% 정도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올해 5%대 성장을 이루더라도 훼손된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없으며 6%대는 돼야 잠재성장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6%대 성장론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하반기부터는 투자와 소비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정부를 다급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지난해 성장률이 2.9% 수순으로 급락하면서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4만여개 감소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정부로서는 청년 실업 등 실업 문제가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성장률이다. 성장률을 높여야 실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을1% 포인트 높이면 일자리가 10만개 정도 늘어난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가 줄어들면 서민 생활에 주름살이 깊어지기 때문에 올해에는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대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조급한 심정을 드러냈다. ◆ 한은 '기대반 회의반'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2%로 제시했지만 수출이 활황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작년 성장률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반사 효과가 가능한 만큼 대내외 여건이 어느 정도만 개선되면 더 높은 성장도 가능하다고 정부의 6%대 성장론에 힘을 실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수출이 연 평균 10%대의 성장을 계속하고 하반기 들어 내수가 회복된다면 6%대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테러와 사스, 북핵 등 경제를 흔드는 악재가 없어야 하며 카드 부실이나 가계 부실,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연착륙(소프트 랜딩)하고 노사 분규나 정치불안도 진정돼야 성장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난다는확실한 징후가 아직 보이지 않아 현재로서는 6%대 성장이 정책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짙다"고 논평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속도를 내고 있고 우리 나라의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고성장도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여건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 하반기 이후 경제 상황이 급속히 개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 민간 경제연구소는 '회의적'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대체로 정부의 6%대 성장론에 회의적이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중심축인 내수가 살아날 조짐이 없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소비가 하반기 들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신용불량자 문제와 과중한 가계 대출, 향후 예상되는 금리 인상등을 감안할 때 썩 여의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소비 부양책을 써야 성장률 제고가 가능하나 부작용 때문에 마땅한부양 수단이 없고 따라서 6%대 성장은 '공격적 수치'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내수가 살아나야 5∼6%대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상반기 중 소비와 투자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하고 "현재로서는 5%대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