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괜찮다? 가족들 죽어나요"
“혼자서 매일 16~17시간씩 일을 합니다.”

서울 강남에서 7년째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강남이니까 벌이가 좋을 것 같다’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강남은 매출이 지방보다 많을지 몰라도 좀처럼 이익이 나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임차료가 워낙 비싼 데다 경쟁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몰려 있어 이익을 내기 힘든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강남에는 719개의 편의점이 몰려 있다. 경기 수원(807개)과 제주(727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편의점이 많이 밀집한 지역이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형편이 낫다던 매출도 크게 꺾였다. 강남은 구매력이 높은 지역이지만 편의점이 경기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는 점에는 지역 구분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 쓸 여유조차 없다 보니 24시간 영업은 접은 지 오래다. A씨의 편의점은 오후 10~11시면 문을 닫는다. 그러고도 “아내와 아들 등 가족이 도와주지 않으면 도저히 계속해 나갈 수 없는 구조”라고 A씨는 말했다.

도와줄 가족이 있는 A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모임에 나가보면 직원 등록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몰래 쓰는 사례가 심심찮다”고 말했다. 4대 보험료를 내줄 형편이 안 되는 일부 점주가 고용 계약을 맺지 않고 시급만 주는 ‘유령 아르바이트생’을 쓴다는 것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