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캐나다 멕시코를 거쳐 오는 15일 에티오피아로 간다. 중국-아프리카 장관급 포럼이 열리는 이곳에 1백여명의 중국 기업인이 원 총리를 수행한다. 투자유치 사절단이 아니다. 아프리카에 투자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11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주년을 맞는 중국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세계 속으로 들어간 중국="중국은 2년 내 세계 6대 FDI(외국인직접투자) 수출국이 될 것"(유엔 2003년 세계 투자보고서)이라는 전망은 중국이 국제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올 들어 베트남의 3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베트남으로 흘러간 중국 자금은 1억1천5백만달러. 중국의 작년 전체 대 베트남 투자액의 2배에 이른다. 세계 3대 원예기계 업체인 미국 머레이가 곧 중국의 더룽에 팔린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가 최근 더룽의 머레이 인수 계약을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인수 규모는 8천만달러. 중국 전통 제조업체의 해외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라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가전업체 TCL이 프랑스 톰슨과 내년에 세계 최대 TV 합작사를 만들기로 하는 등 브랜드의 세계화 작업도 활발하다. 하이얼은 산요와 제휴,독자브랜드로 가전왕국 일본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비스업종의 해외진출도 시작됐다. 베이징의 젠궈판뎬(建國飯店)은 내년에 아프리카에 진출한다고 8일 발표했다. 중국 호텔의 해외진출 첫 사례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해외투자를 한 중국기업은 3만여개에 이르고 이들이 투자한 자금은 1백억달러에 달한다"며 "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속으로 들어온 세계="외환보유고가 4천억달러를 넘어섰다.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필요가 있다"(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관계자). 중국의 조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가속화는 넉넉한 실탄(외환)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WTO 가입 1년만인 지난해 5백27억달러를 유치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외자유치국으로 등극했다. 이어 올 들어서도 10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4백35억달러의 외자를 빨아 들였다. 이 기간 중 중국에 설립된 외자기업만 3만2천6백96개. 전세계 기업이 중국으로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차이나러시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공장 설립 위주에서 지역본부와 연구센터 등의 설립도 부쩍 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부품업체 비스테온은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일본에서 상하이로 옮겼다. 지역본부 러시는 중국이 다국적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외자기업의 공장도 고급화 첨단화하는 추세다. GM이 최근 캐딜락의 해외 첫 생산기지로 중국 상하이를 결정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중국이 세계의 블랙홀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방 정부의 경쟁적인 외자유치전으로 인한 공단(개발구)의 난립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올들어 2천46개의 개발구를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개발구 정리작업에 착수했다.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WTO 가입 2년 만에 "중국은 세계로 통하는 길이 돼가고 있다"(우리금융그룹 윤병철 회장).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