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기만 하던 실물 경기가 서서히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실물 경기는 생산이 7.4% 늘어나며 3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했고 평균 가동률도 97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81.1% 에 도달했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던 소비도 마이너스 행진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으나 감소 폭이 작아지고 있음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수출이 효자'= 지난달의 생산 증가를 주도한 것은 9월과 마찬가지로 수출이 었다. 지난달 191억달러로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수출이 반도체, 자동 차, 휴대전화 등 생산 비중이 큰 산업의 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실물 경기 지표의 호전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생산 증가율이 무려 38.5%에 달했고 내수 부진에 도 불구하고 자동차도 수출 호조 덕분에 생산이 13.1% 늘어났으며 휴대전화가 포함 된 영상.음향.통신기기 분야도 13.7%나 늘어났다. 제품 출하 기준으로도 내수용 출하는 0.7%밖에 늘지 않은 반면 수출 출하량 증 가율은 17.8%로 9월의 14.4%에 비해 큰 폭으로 뛰어올라 어려운 실물 경기를 수출이 떠받치고 있음을 그대로 반영했다. 수출 활황에 힘입어 주요 산업 분야의 가동률이 높아지자 전체 공장 가동률이 경기 활황 시점에서나 나타나는 80%선을 넘어 81.1%를 기록함으로써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든 게 아닌가하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소비 회복 조짐인가= 수출주도형 실물 경기 회복이 10월 산업 활동 동향의 긍 정적 측면을 보여 주고 있지만 소비는 또다시 1.7%가 줄어 여전히 겨울잠에서 깨어 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9%가 줄어 5년여 만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던 9월에 비해 낙폭이 축 소된 것은 미약하나마 청신호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통계청의 판단이다. 실제 9월에 2.3%가 감소했던 도매업 판매지수가 10월에는 0.7% 증가로 돌아섰고 자동차 및 연료 판매액도 6.3% 줄었지만 감소 폭이 8월 16.3%와 9월 8.4%에서 점차 좁아지며 완만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15%나 감소한 백화점 판매액을 중심으로 소매판매가 3.4% 감소한 것은 아 직 수출 활황의 파급 효과가 개인 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 음을 보여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드라도 내수 출하량 증가율이 9월의 0.2%에서 0.7%로 높아지고 재고율도 9. 2%에서 7.3%로 하락한 점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전반적인 소비 개선 조짐으로 읽혀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7일 "아직 좀 더 관찰해 볼 필요는 있지 만 백화점의 고가 수입품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합 지수도 긍정적..투자는 미지수= '수출 주도 생산 증가와 소비 낙폭 감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2를 기록, 지난 3월 이후 7개월만에 100선을 넘어섰다. 동행지수가 100이라는 것은 지수를 구성하는 제조업 가동률 지수, 도소매 판매 액 지수, 건설기성액, 수출.수입액 등의 지표가 최근의 평균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 다는 뜻이므로 7개월만에 100을 넘었다는 것은 10월의 경기 상태가 평소 수준을 넘 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1.5%로 8월의 0.1%, 9월의 0.2%를 단번에 훌쩍 넘어서 향후 경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 추계가 3.8% 감소하며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이는 지난해 10월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따른 기술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총액지표 자체는 119.7(95년=100)로 전월의 116.4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아직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전제하면서도 "실물 경기가 3개월째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 는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