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고용유지 방안으로 일본에서 10여년 전 도입한 제도다. 미국이나 유럽은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정착돼 이 제도가 필요없다. 국내에서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만 50세를 기점으로 임금이 깎이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검토해 왔다. 신보의 임금피크제는 임금삭감 시점을 만 55세로 잡았다는 점에서 이들 은행이 추진해온 임금피크제와 다소 차이가 있다. 앞서 기업은행도 지난해 초부터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임금 최고정점 대비 55%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신보의 임직원들은 만 55세가 되는 시점에 모든 보직과 직급을 내놓게 된다. 보통 지점장과 부장급들이 대상이다. 대상자는 당해 정기인사시 일반직에서 업무지원직(별정직)으로 전환되며 본인 희망에 따라 채권추심, 소액소송, 사내교수, 경영지도, 신용정보 감독, 신용조사서 감리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올해 적용 대상은 1948년생이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정년(만 58세)까지 3년간 최고연봉 시점 대비 55%의 임금을 받는다. 업무지원직으로 전환하면서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주고 전환 후에는 변경된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보직 전환을 거부할 경우 명예퇴직 절차를 밟게 된다. 신보는 또 임금피크제 대상자 가운데 업무능력이 인정될 경우 정년 후에도 최대 60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할 방침이다. 신동기 이사(인사담당)는 "소액소송 채권추심 등의 분야는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퇴직 후까지 지속적인 고용을 유지하는게 회사측으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철밥통 지키기'란 지적도 기업은행에 이어 신보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국책 금융기관들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적용연령, 임금삭감 수준, 대상자 폭 등에서 노사간 합의가 쉽지 않지만 임금피크제가 인사적체 해소와 고용안정 등에 긍정적이란 평가가 노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어 제도를 도입하는 기관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각 금융기관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마당에 공기업들이 앞장서 '구조조정 포기'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고용 및 임금을 조절하고 있는 서구에선 상상할 수 없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