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적대적인 기업인수합병(M&A)을 허용했으면 출자총액제한제도상 의결권 제한과 같은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조항'도 마땅히 철폐돼야 합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오랜만에 정부를 비판했다. 박 회장은 21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간의 산업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유럽계 펀드인 크레스트증권의 SK㈜ 주식매집 등과 관련, "자본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면 규제에서도 똑같이 국적을 묻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입'으로 통하는 그는 새 정부 들어 두산중공업 노사분규, ㈜두산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변칙인수 의혹 등으로 정부 비판을 자제해 왔다. 그는 "출자총액규제상 순자산 25%를 넘거나 자사주로 보유한 주식,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중 3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명백히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SK㈜ 주식매집 파동도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SK그룹은 SK㈜ 주식을 사들여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크레스트증권이 SK㈜를 집중 매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의 외국인지분이 50∼70%에 이르는 현실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들여 외국인 지분을 되살 수 있는가"라며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의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는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맞추라고 하더니 새 정부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다시 1백% 이하로 줄이라고 한다"며 "기업이 단기간내에 따라가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차입 경영=건전 경영'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돈을 빌리지 말아야 한다면 삼성전자같은 회사만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나머지 기업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박 회장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M&A를 무조건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적대적 M&A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주주 가치와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본의 국적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고용과 납세, 기술이전 등에서 기여한다면 우리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가 국내 사업장이 외국으로 옮겨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비교했다. 그는 "그렇다고 내 견해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주장과 똑같다는 얘기는 아니며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시민단체 및 외국인투자자의 견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