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라크전이 발발했지만 당초 예시됐던 다양한 에너지절약시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에너지절약시책은 향후 국제유가와 수급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해 시행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상황으로서는 유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당장 새로 시행할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유가가 다시 급등,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승용차 강제10부제와 에너지사용시간 제한조치 등 에너지절약시책을 즉각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절약시책은 보통 1주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친 뒤 이뤄지지만, 유가가 단기폭등하는 긴급상황에서는 공고 즉시 시행될 수도 있다. ◆정부 에너지절약책 시행에 `신중' = 에너지절약시책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전쟁발발과 동시에 시행하는 방안이 당초 검토된 바 있지만 정부는 유가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을 기계적으로 시행할 경우 경제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업자원부가 예고한 전시 조치계획에 따르면 전쟁 초기에 유가가 급등하는 1단계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에너지사용 제한.금지조정명령이 시행된다. 이미 지난달 20일부터 백화점.할인점.자동차판매소.주유소 등의 옥외조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데 이어 추가조치로 조명제한 대상을 확대하고 일부 업종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가 및 수급 상황에 따라 시행여부와 시기를 조정할 방침이다. 호화 유흥업소의 네온사인과 분수대.교량의 경관조명 등을 자정부터 다음날 일몰때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골프(연습)장.스키장.대중목 욕탕 등의 에너지사용시간도 제한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대중목욕탕의 경우 당초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에너지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아예 일주일 가운데 하루를 휴무로 잡자는 의견이 나온 만큼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영화관의 자정 이후 심야영화 상영을 금하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2단계로 국지적인 에너지 수급차질이 발생할 경우 놀이공원과 위락시설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 대해 에너지를 제한공급하고 전력 공급량을 통제하는 직접부하제어도 전력다소비 사업장 400여곳을 대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또 전국의 100만가구 이상이 사용중인 지역난방도 제한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3단계로 수급차질이 국내 전반에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한송전의 시행 여부를 저울질하게 된다. 제한송전은 보통 예비전력이 100만kW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전 규정에 따르면 1∼3급까지 3단계 수급경보를 발령하는데, 우선 3급의 경우 예비전력이 200만-300만kW일 경우 비상대기에 들어가고 예비전력 100만-200만kW의 2급이 발령되면 발전기 출력을 높이고 민간발전소에 추가가동을 요청하게 된다. 예비전력 100만kW 미만의 1급은 광역정전이 우려되는 준전시 상황인 만큼 사전에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고객별, 선로별로 부하조정에 들어가 전력공급 일부가 제한되지만 지금껏 발령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10부제 시행여부 관심 = 승용차 강제 10부제는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유가가 최근 1주일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시행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시행방안은 이미 정해져 있다. 10명 이하 비사업용 자동차가 대상차종, 지하철과 버스 등 대체교통수단이 있는 상주인구 1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대상지역이 된다. 배기량 800cc미만의 경차와 운행이 불가피한 긴급용 및 장애인용 차량, 생계형 차량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되, 생계형 차량의 경우 시.군.구청장이 일정한 확인절차를 거쳐 임시운행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운행제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할 방침이며 이를 어길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