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총리라면 전 각료들로부터 미리 사표를 받아놓은 뒤 개혁정책을 실행하지 않는 장관은 바로 목을 치겠다." 일본 게이단렌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과 재계대표들이 정부 관료들에 쓴소리를 했다. 지난 2001년 '일본경제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지지부진한 개혁은 수구적인 관료 때문이란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16일 '기업 개혁'을 주제로 정부가 개최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왔다. 이날 모임에는 히라누마 다케오 경제산업상 등 고위관료들과 일반 시민들도 참석했다. 오쿠다 회장은 '만일 당신이 총리라면 어떻게 개혁을 실행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총리의 개혁 정책에 장관들이 따르지 않고 있다.일반 기업에서 임원들이 이런 식으로 최고경영자 지시를 실천하지 못했다면 벌써 해고당했을 것"이라며 "장관도 자기 부처 간부로부터 사표를 받아 갖고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법인의 주식회사화와 특구제정 문제 등이 무능한 관료 때문에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닛산자동차를 부활시켜 '경영혁명의 전도사'로 불리는 카를로스 곤 사장도 "일본은 10년,15년 뒤의 목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후 "국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사장은 "산학협동을 위해 우주개발 등 파급 효과가 큰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수직적인 관료사회의 조직과 분위기가 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히라누마 경제산업상은 "나도 언제나 사표를 낼 각오를 하고 있다.업계에서 나온 좋은 의견을 총리께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