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수출 역군으로 명성을 날리던 종합상사들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검찰조사를 통해 SK글로벌이 '살아있는 기업'으로서는 최대규모라는 1조5천억원대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확인돼 회사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어려운 종합상사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 경영실적을 발표한 현대종합상사도 총자본금 3천6백95억원 중 지난해 잔여자본금이 1천1백10억원으로 줄어든 가운데 2001회계연도에 미반영된 해외사업 부실분(7백84억원)과 지난해 당기순손실분(5백34억원)의 총계가 1천6백17억원을 기록,자본금이 마이너스 5백7억원(잠정치)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종합상사들이 이처럼 심각한 부실 상태에 빠진 것은 상사 본연의 업무인 무역 기능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직접 해외조직망을 구축하면서 수출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어 계열사를 통한 수출 대행마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상사들의 해외 네트워크망도 대폭 줄어들어 전체 종합상사들의 해외 거점수는 지난해 6월 현재 3백1개로 98년에 비해 24%나 축소됐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수출은 마진율이 겨우 0.1∼0.3% 수준으로 제조업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며 "수출로는 먹고 살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또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이 과거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투자유가증권 보유와 본사의 역할을 대행하는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과다한 지급보증을 떠안는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재무상황이 탄탄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종합상사들은 다양하게 변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성패가 엇갈리고 있다. LG상사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최근 패션유통사업을 강화하는 등 내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 화학 등 계열사로부터 받는 대행수출의 마진이 거의 없는데다 해외플랜트 수출 등의 사업에서 오는 위험과 수익원 발굴의 한계를 동시에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삼성프라자 분당점과 삼성테스코를 통해 내수 유통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SK글로벌과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이같은 상황변화에 대한 대응이 뒤처져 수익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부실이 깊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들이 최근 적자사업 정리,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과 해외자원 개발,벤처투자 등 수익성 위주로 사업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외 법인에서 안고 있는 부실 규모가 커 앞으로도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