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기업들의 3분기 말 주가를 발표합니다. '삼송전자' 14만원!" '허걱~' 황선호군(용정초 6년)의 얼굴이 벌게진다. '큰일났네. 삼송전자 주식을 19만2천원에 20주나 샀는데...' 잃은 돈을 계산해 보니 자그마치 1백4만원이다. 원금의 4분의 1을 날린 셈이다. 같은 팀(머니헌터팀)의 지은(중탑초 4년) 하나(장안초 4년) 정은(상도초 5년). 삼송전자를 사자고 우겼던 선호를 일제히 원망어린 시선으로 노려본다. "그러게 내가 삼송전자 주식 10주만 사자고 했잖아."(이지은) "반도체 생산량이 수요를 앞지른다는 기사를 주의깊게 읽어볼껄..."(김하나) 선호의 머니헌터팀이 '내분'에 휩싸여 있을 무렵, 옆팀(리치팀)의 학생들은 '희희낙락'하고 있다. 그들이 투자한 '롯데팔성음료'와 'LG함쇼핑'의 주가가 각각 6만7천원, 8천9백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리치팀은 삼송전자에서 26만원(5주)의 손해를 보고도 대략 50만원을 벌었다. "분산투자하라는 선생님의 충고를 잘 따랐기 때문이죠. 또 내수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유통업(LG함쇼핑)에 투자한 것도 잘한 일이에요."(리치팀 팀장 조근기.매화초 5년) 리치팀의 성공비결을 엿들은 선호는 다짐한다. "다음부턴 반드시 분산투자하고 신문기사를 꼼꼼히 읽어본 후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26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인화원 대강당. 이곳에선 LG투자증권이 주최한 '어린이 경제캠프'가 열리고 있다. 오늘의 교육은 '모의주식투자 게임'. 게임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학생들은 4인1조로 구성된 후 1인당 모의투자금액 1백만원씩 받게 된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8개 투자기업에 대한 기본 투자자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투자자료를 분석한 후 4백만원 범위 내에서 각 기업에 얼마씩을 투자할지 결정한다. 투자계획서를 작성하는 셈이다. 이후 주식거래 계좌를 만든 후 모의거래소에서 주식을 사고 판다. 주식매매 기회는 각 분기별로 총 네 차례에 걸쳐 주어진다. 분기별 투자가 끝난 후에는 주요 경제뉴스가 발표된다. '세계 반도체값이 떨어지고 내수경기가 좋아지며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났다'는 식의 뉴스다. 학생들은 이를 참조, 투자처(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3분기에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은 학생들은 주식보다는 현금비중을 늘린다. 4분기 들어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호전됐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반대로 주식비중을 늘리려 할 것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캠프이데일리의 채윤미 강사는 "학생들은 주식투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경제를 가르치는게 교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LG투자증권은 왜 '회삿돈'을 써가며 이같은 무료행사를 열었을까. "일종의 마케팅이죠. 어린이들은 미래의 고객이니까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제대로 경제를 배워야 나라경제도 좋아지잖아요."(LG투자증권 어용선 과장)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양한 교육활동이 금융사의 이미지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의 신용부실을 사전 차단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말 청소년금융교육 전담팀을 구성한 뒤 전국 10여개 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 순회 금융강연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교육을 받은 청소년 수는 이미 4천명에 이른다. 또 '신용카드 바르게 알고 제대로 쓰기' '화폐이야기' '금리가 우리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 3종류의 만화책을 발간, 무료 배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스무 살, 이제 돈과 친해질 나이'란 금융상식 책자 발간을 시작으로 '키즈뱅킹'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이 은행은 지난해부터 금융교육 전문가 4명으로 팀을 구성, 청소년 대상 순회강연이나 웹사이트 개설,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 카드 및 캐피털 회사들도 경제교육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는 작년 5월부터 50여개 중.고등학교를 방문, 신용교육을 해오고 있다. 삼성캐피탈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순회 금융교육을 실시 중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직원자녀 2백5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단체 신용교육을 했다. 비씨카드는 2월 신학기에 맞춰 '용돈 관리법' 등 어린이용 경제교재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문재 비씨카드 홍보실장은 "경제 조기교육이 현명한 경제인을 양산해 장차 나라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