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3일 일본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종합 디플레이션 타개책에 크게 실망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앞서 디플레 타개책이 나온 직후 일본 정부의 개혁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정치권의 논란에 밀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본내에서도 나오는 가운데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종합 대책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부실채권 정리로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일부 `성장잠재' 기업을 살리기 위한 특별기구 설립 ▲세액 공제를 은행 자본의 일부로 활용할지 여부와 ▲이같은 회계개혁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다. 백악관의 글렌 허바드 경제자문위원장은 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회견에서 디플레 타개책이 "의미있는 진전이기는 하나 내용이 충분치 못하다"면서 "설사 그 내용이 모두 실행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허바드 위원장은 일본이 타개책을 발표한 후 그 내용과 이를 주도해온 다케나카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금융상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내에서도 타개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허바드 위원장은 은행 부실채권 정리와 관련해 은행이 보유 주식이나 부동산을 자산으로 전환하는데 대한 감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실채권 상각에 적용하는 세 공제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부실은행의 증자에 공적자금을 투입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것이 도산이 불가피한 은행이나 기업을 살리는 구실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소재 경제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애담 포센 수석연구원도 "일본 정부의 대책에 크게 실망했다"고 일본 교도통신 회견에서 이날 밝혔다. 포센 연구원은 "대책이 당초 기대했던 것에 못미친다"면서 "미 정부의 어느 누구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다케나카 장관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포센 연구원은 "이 대책으로는 일본이 계속 디플레에 허덕이거나 아니면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최악의 경우 지난 98년보다 더심각한 금융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지난 98년 대형 금융기관들이 속속 도산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는 이어 "디플레 타개책이 부실기업을 살리는데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은행이 문을 닫는데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문제나 은행 경영진 교체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세액 공제를 은행 자본의 일부로 활용하는 문제도 언제 착수될 수 있을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포센 연구원은 이어 미국이 일본의 `경착륙'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미 자본이 도산하는 일본 금융기관과 기업을 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면서 "워싱턴의 입장은 한배를 탄 미국과 일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집권후 초기 1년 6개월여는 일본 경제에 `불간섭'한다는 원칙을 견지했으나 미 증시가 무너지면서 입장을 바꿔 `효과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방침을 취하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센 연구원은 그러나 백악관이 향후 몇달은 일본 경제에 너무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은 자제할 것이라면서 "이라크와 북한 문제에 대한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AFP.교도=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