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현대백화점 목동점 7층 토파즈홀엔 산뜻한 가을 옷을 차려 입은 40~50대 중년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6백석 규모의 홀은 가수 조영남씨의 콘서트를 기다리는 여성 관객들로 이내 가득찼다. 주부들은 1시간30분간 조씨의 노래에 맞춰 어깨를 흔들며 열기를 내뿜었다. 현대백화점은 단순한 쇼핑공간으로 인식돼온 백화점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금싸라기땅에 지은 백화점내 수백평의 공간에 매장을 들이는 대신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천호점 미아점 목동점 등에 3백~6백석 규모의 다목적홀을 두고 있다. 고급 음향 조명 시설이 갖춰진 이곳에선 영화 연극 콘서트 무용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백화점 컨셉트를 "문화가 생활이 되는 곳,현대백화점"으로 정하고 지난달 문을 연 목동점은 휴점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무료 문화행사를 열어 지역주민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백화점 지하엔 7개 개봉관을 끌어들여 강서상권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도심과 강남권에 비해 문화공간이 부족한 동북상권에 자리잡고 있는 미아점 다목적홀도 각종 이벤트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수 인순이씨 콘서트에는 7백명이 넘는 주부들이 몰려 신세대 가수들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영화 "집으로"를 상영했을 땐 자리가 모자라 고객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미아점 이벤트홀은 인근 대학들에도 개방된다. 성신여대 상명대 동덕여대 등 인근 대학 학생들은 이곳에서 음악회 의상전시회 등을 열곤 한다. 테헤란벨리에 들어선 무역점은 여성고객 뿐 아니라 직장인들을 위한 저녁 영화 시사회,런치 패션쇼 등을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울산점 역시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를 통해 영남지역 유통문화를 바꾸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월드컵 기간엔 스페인하우스를 유치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우스"란 축구 강대국들이 베이스캠프 지역에서 운영하는 정보 교류의 장으로 프레스센터를 포함,응원단 수행원 기자단 등을 위한 팝레스토랑,전통예술 공연장 등으로 사용된다. 울산점은 이벤트홀을 공연 및 레스토랑 장소로,다목적홀을 기자단의 프레스센터로,9층 갤러리는 각종 문화 전시장으로 개방해 한국과 스페인간 문화 교류에도 한 몫을 했다. 현대백화점 각 점포의 상설 미술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전시회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무역센터점은 지난 8월 "헤르만 헤세전"을 열었고,압구정점은 상반기 중 피카소 작품을 전시해 쇼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각 갤러리에서는 세계적인 명작 뿐 아니라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해 우리 문화의 향기를 고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박광혁 이사는 "백화점 생존의 기본인 판매도 중요하지만 주 고객인 여성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만족도와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무료 문화행사를 열겠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