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자동차 그룹 피아트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합의에 따라 기존 임원진 전면교체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파올로 프레스코 피아트 회장은 29일 현 경영진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채권단과 현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전제로 채무재조정에 합의한 데 대해 이탈리아 정부와 피아트 노조측이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조기경영정상화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스코 회장은 채권단이 채무재조정 합의와 관련해 현 경영진을 교체할 생각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후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칸타렐라 등 현 경영진이 회사의 장래를 위해 사심없이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며 신뢰감을 표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칸타렐라와 다른 고위 임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 머리에 올렸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의 3개 주요 채권은행은 27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통해 과다부채에 허덕이는 피아트를 돕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피아트는 자산총액과 채무총액의 차액인 순채무를 금년말까지 절반미만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채권은행의 하나인 산 파올로 IMI의 라이네르 마세라 회장은 이번 채무재조정 협약이 "구제금융은 아니며 피아트가 앞으로 몇 달간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협약에 참여한 채권은행 인테사 BCI의 지오반니 바졸리 회장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협약"이라고 평가했으나 이탈리아 정부와 피아트 노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독자적으로 자동차 판촉을 위한 인센티브 도입 및 자동차 딜러에 대한 감세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피아트 지원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피아트 자동차 부문인 `피아트 오토'의 종업원 3천여명 감원계획에 맞서 다음달 11일 4시간 한시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이미 투쟁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로마.밀라노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