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2000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컴퓨터도 20%대의 고공비행을 재개했다. 일반기계 선박 석유화학 등도 뒷걸음질을 멈췄다. 김재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해 세계 경기의 동반 추락으로 곤두박질했던 수출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 2.4분기 중 한 자릿수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진 뒤 하반기부터 20% 안팎의 고성장 행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 IT 삼총사 다시 뜬다 =지난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 수출이 지속적인 단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달 13억9천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보다 9.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1백28메가D램은 현물가격이 지난 3월 4.28달러에서 지난달 3.53달러로 17.5% 떨어졌지만 고정거래가격은 4.5∼5달러선을 유지했다. 컴퓨터는 10억4천만달러로 27.6%, 무선통신기기는 9억3천만달러로 39.6% 각각 수출이 늘어났다. 이밖에 △자동차 12억달러(17.8%) △선박 7억달러(11.1%)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가전 8억6천만달러(3.9%) △일반기계 7억5천만달러(6.6%) △석유화학 7억2천만달러(0.4%) 등도 선전했다. ◆ 미국.유럽 시장 호전된다 =대미(對美) 수출이 지난 3월 4.1% 감소에서 지난달(1∼20일)엔 10.0% 증가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8.9%에서 17.6%로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아세안(-7.1%→26.7%) 중남미(-12.8%→7.5%) 등도 호조세로 반전됐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은 10.8%에서 21.0%로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아직 엔저 영향을 받고 있는 일본에 대한 수출은 -23.6%에서 -13.1%로 감소폭만 둔화되는 양상이다. ◆ 하반기에 본격 회복세 탈 듯 =원자재(9.5%)와 자본재(10.2%) 수입이 크게 늘면서 수출 회복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자재의 경우 원유 도입 물량이 전년 동월보다 3.2% 줄었음에도 화공품(10.8%) 철강(19.0%) 비철금속(16.6%) 등 생산과 직결되는 품목들의 수입은 급증세다. 자본재도 화학기계(41.2%) 금속공작기계(11.6%) 등 기계류와 공구(14.0%) 반도체제조장비(5.5%) 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와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단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이 다음달 1백40억달러 안팎으로 늘어난 뒤 하반기엔 매달 1백40억∼1백50억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산자부는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현물가격 △미국 경제 회복의 불투명성 △원화가치 상승 △불안한 중동 정세 등이 복병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